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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방­아랍 외교입지 확대 “포석”/리비아­「이」관계 급진전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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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방­아랍 외교입지 확대 “포석”/리비아­「이」관계 급진전 배경

입력
1993.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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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경제제재 돌파구 활용/리비아/교착 중동회담 새전기 기대/이스라엘중동지역의 오랜 숙적 리비아와 이스라엘이 리비아 성지순례단의 이스라엘 방문을 계기로 관계정상화를 위한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와함께 리비아의 최고지도자 무하마르 카다피가 금년안에 이스라엘을 국가로 승인한뒤 이스라엘을 방문할 예정이라는 관측도 나돌아 양국간 국교수립 가능성을 한층 높여주고 있다. 이같은 전망이 현실화될 경우,교착상태에 빠져있는 중동평화회담은 새로운 전기를 맞는 한편 이 지역 역학관계의 급속한 재편마저 예측된다.

이스라엘­리비아간의 급격한 해빙무드는 31일 1백92명의 리비아 회교순례단이 이스라엘내 동예루살렘 성지인 「알 아크사」를 전격 방문하며 본격화됐다. 이스라엘과 적대관계에 있는 아랍진영에서는 처음으로 이집트 국경지역을 거쳐 이스라엘을 방문한 이 성지순례단은 도착 즉시 우지 바르암 이스라엘 관광장관의 영접을 받는 등 국빈대접으로 4박5일간의 성지순례 일정으로 들어갔다.

이와 때를 같이해 리비아 순례단의 이스라엘 방문을 주선한 이스라엘의 실업인 야코브 님로디는 이날 『카다피 리비아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국채를 승인한뒤 이스라엘 방문을 통해 국교정상화를 추진할 계획이라는 정보를 리비아정부 소식통으로부터 들었다』고 발표했다.

그는 또한 『3개월전부터 리비아가 이번 성지순례를 준비해왔으며 이스라엘은 미국과의 사전협의 끝에 이를 허용했다』고 밝혀 미국과도 사전조율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무기 오퍼상 님로디는 역시 사우디의 무기중개업자인 아난 카쇼기와 함게 지난 수개월동안 트리폴리와 예루살렘을 오가며 양측의 메신저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님로디 발언의 진위여부에 대해 리비아정부는 즉각적인 확인논평을 거부했다. 그러나 카다피정부가 성지순례단의 이스라엘 방문을 허용한 사실과 리비아·이스라엘 두 나라간의 물밑접촉 사실을 인정한 발언으로 미뤄볼 때 이는 양국간의 의미있는 관계진전으로 평가할 수 있다.

리비아가 이스라엘과의 관계개선을 원하고 있다면 목적은 분명하다. 이스라엘을 통해 국제적인 고립에서 탈피하는 한편 단절된 서방과의 경제교류를 복원시키겠다는 의도다. 리비아는 지난 88년 스코틀랜드의 로커비 상공에서 폭발,추락한 미 팬암여객기 사건(2백70명 사망)의 용의자 2명을 미국에 인도하기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유엔의 경제제재 및 항공기 운항 제재조치를 받고 있다.

지난해 4월15일을 기해 발효된 유엔의 대리비아 항공기운항 금지로 국제적인 고립이 심화되고 이에 따른 유엔의 후속조치로 리비아 경제의 「생명줄」인 일산 1백40만톤의 원유수출마저 위협받게 되자 난국의 돌파구로 「이스라엘 카드」를 뽑았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에도 리비아와의 관계개선은 엄청난 정치적 실익을 가져올 수 있다. 우선 지난달 13일 제9차 중동회담이 무산된뒤 정체상태에 빠진 아랍진영과의 관계에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할 수 있다. 물론 리비아는 중동평화회담에서 이스라엘의 직접적인 협상파트너는 아니지만 리비아의 대아랍권 영향력을 감안할 때 적잖은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만일 이스라엘이 리비아와 관계정상화를 이룬다면 아랍 온건진영에서 이집트,매파진영에서 리비아를 축으로 한 외교잣대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따라서 리비아와 이스라엘의 급속한 접근은 각각 서방과 아랍진영에 대한 외교적 입지를 확대하기 위한 양자의 이해가 맞물리면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양국관계 발전에 있어 극복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이스라엘을 그간 「시온주의자집단」으로 매도해온 리비아가 과연 아랍진영의 반발을 뚫고 이스라엘과의 관계정상화를 이룰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미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아랍진영에선 『리비아가 자국의 이해에 급급해 성급한 행동을 취하고 있다』는 비난이 비등하고 있다. 이스라엘 입장에서도 이번 성지순례단의 입국허용 조치는 예루살렘을 유대교뿐만이 아니라 회교성지로도 사실상 인정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추후 극우정당의 반발이 예상된다. 그러나 아랍세계의 금기를 깨뜨리는데 앞장서온 카다피의 독특한 행동양식을 고려하면 리비아­이스라엘간의 관계급진전은 결코 일과성 해프닝으로만 끝날 것 같지 않다는게 외교분석가들의 지적이다.<이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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