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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회장 거액수뢰·축재에 “충격”/세무조사 끝낸 포철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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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회장 거액수뢰·축재에 “충격”/세무조사 끝낸 포철표정

입력
1993.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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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렴·충성 이미지 무색… “신화 깨졌다”/계열사 처분등 과거 단절 모색「신화는 깨졌다」

박태준 전 명예회장의 거액 수뢰사실과 개인재산 목록이 발표된 1일 포철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청렴과 충성을 제1의 덕목으로 강조해 온 박 전 명예회장이 3백60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재산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포철 전직원들은 충격과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으며 『하루 빨리 신화의 꿈에서 벗어나자』는 과거와의 단절의지를 다졌다.

○…1일 상오 8시 이전에 모두 출근한 포철 임원들은 오전 내내 정명식회장 주재로 회의를 갖고 7백30억원의 추징에 대한 대응책을 숙의했다. 포철은 국세청의 추징조치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면서도 『조정기간동안 국세청과의 회계상 견해차이를 최소화시킨다』는 입장이다. 포철은 이를위해 포철본사와 제철학원 계열사 및 협력사 등 이번에 국세청으로부터 추징을 받은 각 부문별로 회계정리 작업에 들어갔다.

이날 회의는 그러나 포철의 추징에 대한 대책보다는 박 전 명예회장 부분에 대한 사내의 분위기 조율과 앞으로 신경영의 추진방안에 모아졌다. 이 자리에서 임원진들은 『박 회장의 수뢰부분은 개인의 정치생활 과정에서 발생된 것』으로 규정하고 『포철이 개입할 성질의 것은 아니다』라는 쪽으로 결론지었다. 이와 관련,포철의 고위관계자는 『앞으로 검찰의 수사를 지켜 볼 뿐이며 박 전 명예회장과 포철을 연관시키지 않는다는 것이 포철의 기본입장』이라면서 『포철과 박 전 명예회장은 현재 일절 연락이 두절된 상태』라고 말했다.

○…포철 임원진들은 또 박 전 명예회장의 회장직 사퇴 발표시 울며 소매깃을 부여잡던 근로자들과 임직원 부인들의 동요를 우려해 현장분위기 파악을 지시하기도 했다. 포철 관계자들과 주변에서는 『그 스스로 한국의 철강산업의 발전을 위해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은 사실이나 지나치게 장기간 동안 집권했고 그 결과 깨끗치 못한 치부가 드러났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정치권에 발을 잘못들여 놓아 이런 상황으로 까지 몰리지 않았겠느냐』는 동정론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그만은 깨끗한 기업인」으로 믿었던 근로자들과 부인들조차 박 전 명예회장의 적지않은 축재에 놀라움과 당혹감을 보이고 있는 것이 지배적인 분위기다. 포철은 따라서 이번 국세청 발표를 계기로 과거와의 단절작업을 가속화시키기로 하고 「신포철창조를 위한 10대 실천방안」을 다지기로 했다.

○…포철은 박 전 명예회장이 「세계적인 철강인」에서 「비도덕적인 치부인사」로 팽개쳐짐에 따라 4반세기 가량 포철을 지배해온 박 전 명예회장의 그늘을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거대한 급류에 밀려 지내온 과거를 이 기회에 말끔히 청산하겠다는 것이다. 이를위해 포철은 1일 상오 8시부터 외부인사를 초빙해 「신정부의 개혁정책과 기업의 방향」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들었다. 이와함께 포철은 권위주의 타파,부조리추방,경영구조의 혁신 등을 목표로 하고 있는 신포철창조 계획을 추진하기 위해 계열사의 통폐합과 임직원들의 의식개혁 등 거듭나기 위한 작업의 고삐를 당길 계획이다. 포철은 21개 자회사의 통폐합과 일부 처분을 추진하고 있으며 제철학원의 방만한 운영을 손질하기로 했다.<이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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