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전 행사 대통령 첫 참석 호감/반전운동가·징병기피 전력 반감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지난 31일 백악관 건너편 월남참전용사비 앞에서 벌어진 현충일 기념식에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참석해 참전용사들로부터 박수와 야유를 다같이 받았다.
그가 받은 박수는 지금까지 월남전의 성격이 애매하게 규정돼 오면서 백악관이나 의회 대표가 참석치 않은채 쓸쓸히 치러져온 현충일 행사에 대통령이 처음으로 참석해 전사자들의 용기와 희생을 기리는 발언을 했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그에 대한 야유는 클린턴 자신이 월남전에 참전치 않았을뿐 아니라 해외에서 반전운동에까지 참여했던 전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클린턴은 콜린 파월 합참의장의 소개로 연단에 나왔는데 파월 의장은 이에 앞서 감격적인 연설을 했다. 그는 자신이 월남참전용사 기념비를 수없이 방문한바 있으며 친구와 함께 이곳에 올때면 기념비 건너편의 링컨 기념관과 호수 건너편에 서있는 제퍼슨 기념관을 둘러보며 용사들이 죽음으로 조국을 지킨 미국 정신이 어떤 것인가를 반드시 소개한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참전용사비 입구에 땀에 젖은채 총을 들고 월남전선을 지키는 모습의 병사군인의 동상을 한없는 감동으로 늘 바라보곤 한다며 이들이야말로 미국을 위기에서 언제나 지켜주는 표상이라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의 소개로 클린턴 대통령이 연단에 섰을 때 수만명의 참전용사들은 박수와 함께 「우우!」하고 소리를 내며 거센 야유를 보냈다.
클린턴은 야유소리가 약간 진정되자 『나도 당신들의 소리를 들었으니 내말도 이제 들어주기 바란다』며 자신이 왜 월남전에 나가지 않았는가를 설명했다.
『나는 25년전 남녀를 월남전선에 내보내는 결정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미국을 축하하기 위해 모여있지 않은가. 전쟁이 자유를 위해 치르는 대가라면 불찬성이라는 것은 자유의 특권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은가. 우리는 지금 바로 그 자유를 기리기 위해 여기에 서있다』
클린턴은 이어 월남전에 나가 싸우다 전사한 이들의 공적을 치하했다. 그는 자신이 고교 동창 4명의 이름이 바로 이 비석에 새겨져 있다며 전쟁에 대한 견해차는 있을 수 있으나 희생자들의 영웅적 행위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클린턴의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박수와 야유가 교차하면서 계속됐다. 참석자들은 『그래도 월남전 참전용사 기념행사에 나온 대통령은 클린턴이 처음』이라면서 클린턴의 행사참석을 칭찬하기도 했고 또다른 사람들은 『동료가 월남전선에서 죽어가는데 징병에서 빠진 그런 사람은 스스로 부끄러워 할줄 알아야 할 것』이라고 마구 욕을 해댔다. 클린턴은 전장에 안나갈 목적으로 ROTC에 지원했다가 징병순위서 밀려나자 ROTC 입대를 회피해 결국 징병을 기피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CBS방송이 지난달 31일 발표한바에 의하면 미 국민중 클린턴이 월남전 기념행사에 나갈 수 있다고 보는 사람이 74%,나갈 자격이 없다고 보는 층이 22%였으나 참전용사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참석가가 68%,참석불가가 29%였다.
대통령으로 현충일 행사에 나갈 수 있다는 것은 대다수가 찬성하는 일이기는 하지만 클린턴의 월남전 불참행위에 대해서는 아직도 상당한 의문을 갖고 있는 층이 있다. 바로 이같은 사실이 미국 지도자로서 클린턴의 이미지를 굳혀가는데 걸림돌로 박혀있는 것이다.<워싱턴=정일화특파원>워싱턴=정일화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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