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문제” “보복성” 양면평가/민자/“비자금 민자유입” 조사 촉구/민주정치권은 박태준 전 민자당 최고위원의 수사착수를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예상했던 일이긴 하지만 정치보복의 성격이 강하다는게 박씨 수사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대체적인 입장이다.
▷민자◁
민자당은 박씨 수뢰사건에 대해 양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이번 사건이정치적 성격을 띠지 않은 순수한 「조세문제」에서 출발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내면적으로는 정치적 성격을 부인하지 않는다. 민정계는 대체로 이번 사건에 보복적 측면이 있다고 단언한다. 민주계조차 『보복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며 우려섞인 평가를 내린다.
민자당의 공식 논평은 이같은 당의 난처한 처지를 반영하고 있다.
강재섭대변인은 1일 『박 전 포철 회장은 이미 민자당을 탈당했기 때문에 우리 당이 무어라고 언급할 성질의 사안이 아니다』라고 전제한뒤 『국세청의 조사,검찰의 수사 그리고 사법부의 재판은 각자 그 기관의 고유책임과 권한하에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새정부의 핵심 실세인 김덕룡 정무1장관은 보복수사가 아니라는 점을 보다 분명히 강조했다. 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법인세 조사를 받다가 문제점이 발견된 것 아니냐』면서 『이를 정치적 사안으로 생각지 말아달라』고 주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자당내 상당수 인사들은 이번 사건을 「보복성」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더욱이 민정계는 이번 사건의 연장선상에서 또 한차례 사정바람이 몰아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상당수 민정계 의원들의 뒷목을 뻣뻣하게 만드는 부분은 박씨의 정치자금 사용처. 박씨는 지난해 3·24 총선직전 거액의 정치자금을 다수 의원들에 제공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박씨는 관리대상인 민정계 의원 및 원외지구당 위원장들에 1억∼3억원씩의 선거자금을 지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무소속 출마자들에게도 1억원 가량의 지원금을 제공했다는 후문이다. 민주계 의원들에게조차 최고위원 자격으로 기천만원 단위의 지원금을 내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던 일부 민정계 의원들은 이번 사건이 비자금 수사로 이어질 경우 「유탄」에 맞게 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비자금으로 수사가 확대되면 당연히 사용처에 초점이 모아지고 그럴 경우 어떤 정치적 피해를 입게 될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수사가 단순히 박씨의 「개인비리」에서 그칠지 아니면 비자금 수사를 통해 정치권,특히 민자당의 물갈이작업으로 확대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주◁
민주당은 포철의 부정비리를 기정사실화,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면서 이를 정부·여당에 대한 공세의 고리로 활용하려 애쓰고 있다. 민주당은 특히 포철 비자금의 상당부분이 여당의 정치자금으로 흘러들어 갔을 것으로 확신하면서 『포철 비리조사가 특정인에 대한 정치보복적 차원에서 끝나서는 안된다』고 미리 쐐기를 박았다.
박지원대변인은 『3당 합당후 포철이 조성한 정치자금은 김영삼대통령이 당대표로 있던 3년간에도 민자당으로 흘러들어갔다』면서 『성역없이 모든 사실을 조사해 밝히고 특히 민자당에 제공된 정치자금 내역을 숨김없이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함께 민주당은 형평성 문제를 들어 모든 대기업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특히 얼마전 문제가 됐던 한양에 대해서도 철저한 비리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정광철·황영식기자>정광철·황영식기자>
◎청와대 시각/“세무조사 결과따라…” 원칙 강조/「오해」 우려 직접적 반응은 자제
청와대 관계자들은 박태준 전 포철 명예회장 문제에 대해 언급을 자제하며 직접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세청이 포철의 세금탈루와 박 전 회장의 뇌물수수 및 횡령혐의를 밝혀내 검찰에 고발하고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과정에 청와대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을 분명히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물론 이번 문제가 정치보복 차원에서 다뤄지고 있다는 오해를 조금이라도 받지 않기 위해서일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포철이 창사이래 한번도 세무조사를 받은 적이 없어 세무조사를 실시한 것이고 그 결과에 따라 일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는 원칙론을 강조하고 있다.
결코 어떤 목적아래 세무조사가 착수된게 아니라는 것이다.
한 고위관계자는 박 전 회장의 소환문제에 대해 『연세가 많고 중병이란 소문도 있는데 일본에서 강제로 데려올 수야 있겠느냐』며 『그렇지만 포철이 정부출연기관으로 준공기업이고 따라서 포철 직원은 공무원 신분이므로 검찰이 안부를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조심스럽게 『검찰이 뜨거운 감자를 안게 됐다』며 『결국 포철의 세금탈루에 대한 추징으로 사건이 끝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청와대측이 박 전 회장에 대해 서운함을 넘어 좋지않은 감정을 여전히 가지고 있는 것만은 숨길 수 없을 것 같다.
한 고위관계자는 『박씨가 최근 수술을 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고 중병은 더더구나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적어도 현재 청와대 분위기로 보아 박 전 회장에 대한 「처리지침」이 검찰에 공식적으로 전달되고 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검찰이 법과 원칙 및 상식에 따라 처리하면 된다는 생각인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청와대측은 박 전 회장이 6공시절 민자당 최고위원으로 민정계를 관리하면서 당시 김영삼 대표최고위원에게 반대입장을 취했다는 점 등 때문에 정치보복이란 인식을 국민에게 주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최규식기자>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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