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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대상 된 「박태준 전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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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대상 된 「박태준 전설」(사설)

입력
1993.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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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 전 포철 회장이 32개 계열·협력사로부터 56억원의 뇌물을 받아 횡령한 혐의로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것은 매우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재임중 3백60여억원의 재산을 모아 가족과 친인척 및 측근들의 명의로 분산시켰음이 밝혀졌고 63억원의 증여세를 추징키로 했다는 국세청의 발표역시 놀라운 일이다.대선전까지 민자당의 최고위원으로 민정계를 이끌었고 한때 대선 출마도 구상했던 그가 이러한 탈법과 부도덕한 행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실망감 또한 엄청난 것이다. 일부에서는 새정부가 지난달 박씨와의 미묘했던 갈등과 관련하여 정치보복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증폭되고 있는 만큼 검찰은 박씨 행로에 대한 엄정한 수사로써 가감없는 진실을 국민앞에 파헤쳐 보여야 할 것이다.

박태준하면 포철을 연상할 만큼 철강산업의 발전과 관련하여 그가 많은 신화를 창조했음은 세상이 잘 아는 일이다. 이토록 큰 공과 업적을 세웠던 그가 업무와 관련하여 거액을 수뢰·횡령함으로써 이른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의한 파렴치범으로 수사대상이 되고 어마어마한 재산을 형성하여 분산시킨 부도덕한 행위로 지탄을 받기에 이른 것은 충격적이고 실망감을 주는 일일뿐 아니라 그를 존경했던 국민을 배신한 것이기도 하다.

박씨의 타락과 실패에 대해서는 대체로 3가지 원인을 들어 설명할 수 있겠다. 첫째 그가 포철을 일으켜 세웠다해도 사장­회장­명예회장을 맡으며 1인왕국의 전제체제로 25년간이나 장기 재임한 결과라는 점이다.

두번재 실수는 정치에 발을 넣은 것이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강력한 권유를 받았다해도 기업인으로 일관하겠다는 의지를 고수했어야 옳았다. 또 정치에 투신할 때는 당연히 포철과의 모든 인연을 끊었어야 했다.

세번째는 작년 4∼5월 민자당의 대통령후보 지명 경쟁과 관련하여 뚜렷한 정치적 기반과 구상도 없이 대선 도전의 의도를 가졌던 점이다. 물론 이것은 처음부터 우유부단한 태도를 보인 이른바 「노심」 때문에 빚은 착각과 방황이기는 하나 그 다음에도 계속된 아리송한 거취 역시 오판이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진정 현실정치에 회의를 느꼈다면 대선후보 지명직후 정계 은퇴를 선언했어야 했다.

아무튼 국민들로서는 세계적인 포철을 일으킨 박씨의 타락이 지극히 안타깝기 짝이 없지만 거액을 횡령하고 또 서민은 감히 꿈도 못꿀 정도의 어마어마한 재산을 이곳 저곳에 흩어놓은데는 분노마저 느끼게 된다.

한편 국세청이 3개월간 세무사찰을 하고도 박씨가 포철서 비자금을 조성,정치자금을 끌어쓴 혐의는 찾지 못했다고 발표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동안 포철은 3·5·6공까지 역대 정권의 정치자금 금고역할을 해왔다는 소문이 끊임없었으며,작년 14대 총선때 박씨가 민정계 등 상당수 의원에게 놀랄만한 거액을 지원했던 일은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런데도 정치자금으로 끌어쓴 돈이 없었다면 그는 그많은 자금을 어디서 조달했단 말인가.

박씨도 스스로 분연히 해명에 나설 일이다. 현재 외국에서 수술요양중이라고 하나,완쾌되는대로 지체없이 귀국해서 수뢰여부와 축재경위 그리고 정치자금 조성경위 등을 자세히 털어놓음으로써 실추된 명예를 다소라도 회복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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