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가지 풍문의식 함구/민자/“우리는 관련없다” 공세/민주정치권은 슬롯머신사건에 이어 카지노에 대해서도 검찰의 내사가 시작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아연 긴장하면서도 정파에 따라 약간씩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슬롯머신사건을 경험한 정치권은 카지노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경우 정치인 연루자가 돌출될 가능성이 있고 그 과정에서 또다시 적지않은 정치인이 소문만으로도 상처를 입게 될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민자당은 일련의 재산공개 파문 및 사정바람에 집중적인 피해를 당했기 때문인지 카지노 수사의 「부머랭」 효과를 벌써부터 염려하는 모습니다. 카지노의 매출규모가 슬롯머신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방대한데다 독점적인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구 여권 인사들의 연루가능성이 상당히 높을 것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자연히 조심스럽고 소극적인 접근을 할 수 밖에 없다.
반면 민주당은 슬롯머신사건과 달리 카지노 수사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민주당은 슬롯머신사건의 경우 연루자가 있다는 소문에 다소 곤혹스런 입장에 처했지만 카지노에 대해선 「관련자가 있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카지노에 비호세력이 있다면 권력을 가졌던 여권의 「몫」일 수 밖에 없고 슬롯머신사건과 같은 지역적 연고도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따라서 느긋하면서도 공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민자당 의원들은 슬롯머신사건은 물론,카지노에 대해서도 가급적 말을 삼가는 편이다. 연루된 의원이 있다해도 일부에 한정된 정도이겠지만 동료의원의 일이기에 조심스러운 것이다. 그만큼 민자당내 연루자가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특히 상당수 민정계 출신의원들은 카지노 수사에 대해 짐짓 외면하는 모습을 보인다. 연간매출 9천억원에 이르는 방대한 규모에 반해 본격 세무조사는 한번도 없었다는 사실과 업자들의 독점적 지위,6공 때의 무더기 허가 등 특혜 및 비호의 냄새가 강하게 풍긴다는 점을 직감적으로 느끼는듯하다.
조심스런 접근은 여권내 「기득권층」만 하는 것이 아니다. 한 당직자는 『이제까지의 사정작업에서 보았듯이 일단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면 여권 상층부에서도 제어할 수 없는 상황이 온다』면서 『카지노문제가 한번 터지면 파문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관련,정치권에서는 「카지노의 대부」로 알려진 J모씨와 가까운 정계 인사들에 관한 풍문이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우선 J씨가 그동안 30∼40명의 정치인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으며 이중에는 J씨가 아프리카에 갖고 있는 호텔을 매개로 관계가 맺어진 경우도 있다는 얘기이다. 실제로 유력한 정치인들이 외유때 이 호텔을 들르기도 했으며 이 지역 국가와의 친선협회에 소속된 일부 인사가 J씨와 친교를 맺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따라서 카지노 수사가 본격화될 경우 정치권의 「비호세력」들이 의외로 많이 돌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민자당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민자당내 소장의원들은 그러나 당내 연루자가 있더라도 특혜 및 비호사실에 대해선 「성역없는 사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초선의원은 『카지노 수사가 뚜렷한 이유없이 진행되지 않을 경우 정부·여당의 개혁이미지가 손상을 받을 수 있다』면서 『다소의 내부 회생이 있더라도 당차원에서 슬롯머신 및 카지노 수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선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카지노 수사의 관련한 대변인 공식성명을 낼 정도로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박지원대변인은 31일 성명에서 『카지노가 그동안 제대로된 세무조사 한번 받지 않았던 점,하늘의 별따기라는 인허가와 관련된 정·관계에 대한 로비설,불법적 해외재산도피 등 외화유출,6공 때의 무더기 허가 등 의혹의 크기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라며 카지노 수사를 강력히 촉구했다.
박 대변인은 또 『검찰이 내부 비리수사를 통해 다시 태어났는지를 우리 국민이 카지노 수사를 통해 확인할 것』이라며 『성역없는 철저한 수사를 통해 의혹을 밝히고 사회구조적인 부패를 근절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특히 민주당은 정부·여당이 카지노 수사에 대해 소극적이라는 입장을 간파한 때문인듯 앞으로도 더욱 적극적인 공세를 펴나갈 것으로 보인다. 슬롯머신사건과 달리 카지노 수사가 흐지부지해질 경우 슬롯머신사건을 특정인에 대한 표적수사로 몰아 새정부의 개혁 이미지에 손상을 주려들 것임은 물론이다.<정광철기자>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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