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공개서 혁명적 숙정까지/“윗물맑기” 정·관·군 지각변동김영삼대통령은 오는 4일로 취임 1백일을 맞는다.
새정부 출범후 1백일은 한마디로 「질풍노도의 시기」였다.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사정바람이 질풍처럼 몰아쳤다.
「위로부터의 개혁」 물결이 노도처럼 밀어닥쳤다.
이 기간을 그저 단순한 새정부 1백일로 느끼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혁명적 상황을 방불케 하는 개혁조치속에서 훨씬 더 긴 기간을 보낸 것처럼 느끼는 국민이 대다수일 것이기 때문이다.
「성역없는 사정」과 「중단없는 개혁」이 「YS는 못말려」란 콩트집 이름과 함께 국민 사이에 가장 회자되는 말이 됐다.
김영삼정부의 개혁은 철저히 위로부터의 개혁이었다.
김 대통령이 취임직후 단행한 재산공개와 정치자금 불수수 선언은 개혁의 첫발이자 최대 최고의 추진력이 됐다.
문민정부의 정통성과 이같은 「윗물맑기」 명분이 김 대통령 특유의 장악력과 돌파력에 더해짐으로써 호랑이 등에 날개를 단 격이 됐다.
재산공개와 『정치자금을 한푼도 받지 않겠다』는 선언은 우선 정치권과 공직자사회에 일대 지각변동을 몰고 왔다.
전·현직 국회의장을 비롯한 정치인과 장·차관들이 공직사회에서 추방된 외형적 사태도 물론 큰 충격파이다. 그러나 더 큰 변화는 정·관계의 의식의 변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김 대통령이 강조한대로 권력과 부를 공유해서는 안된다는 인식의 전환이다.
정치권은 검은 돈이 개입되는 부패고리가 맨위의 대통령에서부터 깨지기 시작하면서 새정치 관행과 자세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공직자윤리법 개정에 이어 앞으로 있을 정당법 선거법 등 정치관계법 개정은 필연적 결과로 인식되고 있다.
관료사회 역시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 공직을 이용한 이권개입 등 축재가 발붙이지 못할 것이란 전망은 현 상황에서 분명한 사실이다.
성역없는 사정이 상징적으로 나타난게 군과 검찰에 대한 숙정이라 할 것이다.
특히 숙군작업은 군의 정치개입 불가를 분명히 하면서 문민통치와 군통수권을 확고히 했다.
김 대통령은 취임직후 육사졸업식에서 군에 대해 『잘못된 것을 다시 제자리에 돌려놓겠다』고 선언한후 곧바로 육참총장과 기무사령관을 전격 경질했다. 김 대통령은 이어 12·12 관련장성 4명을 전역조치함으로써 하나회나 9·9인맥에 의한 정치개입 또는 군우위 관행을 그야말로 척결했다.
군의 진급비리에 대한 예외없는 사정과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율곡사업 감사는 역대 군출신 대통령도 손대기 힘들었던 성역깨기 작업이라 할 것이다.
슬롯머신사건 수사를 계기로 단행된 검찰에 대한 사정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정치권과 관료사회,군·검찰,교육계,금융계 등에 대해 쉴새없이 일벌백계식으로 행해진 사정활동 결과 변화와 개혁은 국민들로부터 움직일 수 없는 대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 대통령은 이와함께 파격적이라할 만큼 과감하고도 혁신적인 인사와 부정부패 척결을 통해 자연스럽게 구세력을 도태시킴으로써 짧은기간에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는 통치구조를 확립한게 사실이다.
새정부는 또 32년만의 문민정부가 4·19와 5·18 및 6·10 민주항쟁정신을 계승하고 있음을 확실히하는 새역사 조명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김 대통령은 4·19를 서슴없이 혁명적으로 규정했고 새정부가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연장선위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12·12사태를 「하극상에 의한 군사쿠데타적 사건」으로 규정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이에 따라 30년이 넘는 긴 세월동안 군출신 통치아래서 반정부로 일관해온 재야의 많은 부분을 포용할 수 있게 됐다.
새정부가 안기부 기무사 청와대 경호실 등의 관행화된 파행적 권력행사와 월권행위의 폐해를 시정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개혁조치의 한 대목이다.
김 대통령은 중단없는 개혁을 가장 중요한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있다.
김 대통령은 최근 한 공식 석상에서 『앞으로 다시 표달라고 할 일도 없을 것이므로 사심없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볼때 개혁은 지금부터가 다시 시작이라할 수도 있다.
개혁바람이 어디로,어디까지 불어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새정부에 대해 주문사항도 제기되고 있다.
먼저 「법치」를 주장하며 「인치」를 지적하는데 대해 「민치」로 대응하는 논쟁이 그것이다. 『법과 제도부터 개혁하라는 주장은 개혁을 포기하라는 것과 같다』는 반박이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제 개혁분위기와 기반이 다져졌다고 본다면 이같은 지적에도 귀기울여야 한다. 무조건 개혁방해세력으로 치부해 버릴 수는 없다. 당정이 개혁을 효과적이고도 강력하게 뒷받침하지 못해 「대통령의 외로운 개혁독주」라는 얘기도 나온다. 개혁바람에 움츠러든 국회의 정치력 회복도 중요하다.
2단계 개혁작업에서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국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어내는 일이다. 90%이상이 개혁을 지지하고 있다지만 많은 수가 개혁을 객관적 입장에서 바라보며 사정작업에 상대적 보상심리나 청량감을 느끼는 수준일 수도 있다. 부패불감증과 왜곡된 관행 및 의식이 밑뿌리에서부터 타파되기 위해서는 위로부터의 개혁에 이어 국민 전체의 의식개혁운동도 함께 자발적으로 이뤄져야 할 시점이다.<최규식기자>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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