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씨 일가 총재산 3백60억 규모/손비·기술비처리 문제점 잡아국세청이 31일 발표한 「포항종합제철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의 주요 내용은 ▲포철과 제철학원,계열사 및 협력사에 대한 총 7백30억원의 세금 추징 ▲박태준 전 포철회장 및 가족에 대한 증여세 63억원 추징 ▲박 전 회장의 56억원 부정수수자금에 대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횡령 및 수수혐의)에 따른 검찰 고발 등 세가지다.
그러나 이번 국세청 조사의 핵심은 박 전 회장의 비자금문제였다. 포철 세무조사가 재계뿐 아니라 관계에서도 관심을 집중시킨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국세청은 이번 세무조사 과정에서 박 전 회장이 계열사 및 협력사 등 주요거래처로부터 부정한 자금을 수수한 혐의가 드러나 가족 등의 재산취득에 따른 자금원천을 추적한 결과 부정하게 수수한 자금이 총 56억원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즉 국세청은 이번 조사과정에서 비자금이라는 심증은 가지만 뚜렷한 물증이 나타나지 않아 크게 고심했다는 것이다. 국세청의 한 고위관계자는 『박 전 회장측이 돈세탁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철저히 했다』며 『따라서 박 전 회장의 재산을 토대로 역추적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는 박 전 회장으로부터 정치권이나 다른 곳에 돈이 흘러들어간 부분에 대해서는 추적조사가 거의 불가능했다는 것을 의미해 비자금에 대한 조사는 일단 매듭을 지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사과정에서 박 전 회장의 정치이력 등에 비추어 그동안 비자금의 규모가 수백억원 규모에 달할 것이라는 소문이 그치지 않았었다.
국세청의 이날 발표는 민감한 부분인 비자금에 대해서는 더이상 조사를 하지 않는 대신 일반 세무조사로서는 다소 이례적으로 박 전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는 것으로 「형평」을 유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를 통해 박 전 회장의 「부도덕성」 폭로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철만을 위한 삶」으로 알려진 그의 생활이 실제는 포철이라는 공기업을 통해 개인 재산증식에 직결됐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국세청은 이날 일반 정기 세무조사로서는 이례적으로 전 가족 및 타인명의의 재산명세를 세밀히 발표했다.
국세청은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박 전 회장의 재산내역을 부동산은 ▲본인 및 가족명의 ▲타인명의로 세분했고 주식보유 명세와 예금명세도 자세히 밝혔다. 국세청은 박 전 회장의 부동산의 경우 친인척 운전기사 관리인 등과의 공동명의가 많아 이들 추적했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과정에서 박 전 회장의 명의로 된 부동산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주택외에는 거의 없었으나 재산관리인 등을 통해 소유하고 있는 서울요지의 빌딩이나 주택,여주 의정부의 임야 등과 가족명의분을 합하면 모두 2백82억원(공시지가)으로 나타났으며 여기에 친인척 명의의 주식 예금 등 78억원을 합하면 박 전 회장 일가의 총재산은 3백60억원이라고 밝혔다.
국세청은 지난 2월13일부터 5월31일까지 실시한 조사를 특별 세무조사가 아닌 일반 정기조사라고 강조했다. 국세청은 또 이번 조사가 포철이 국가기간 산업으로서 국민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세무조사가 기업경영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조사가 지난 68년 포철 설립이후 처음으로 실시되는 세무조사이므로 관련기업 전반에 대해 포괄적으로 실시되는 바람에 3개월 이상이 걸렸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포철의 경우 ▲토지매립에 소요된 비용을 부당하게 손비처리하거나 ▲비업무용 부동산을 업무용으로 위장했으며 ▲기밀비의 일부를 개인용도로 사용하고 기업비용으로 변칙처리하는 한편 ▲기술개발에 사용되지 않은 비용을 기술개발비로 처리하는 등 탈루세액이 적발됐다고 발표했다.
또 계열사 및 협력사의 경우에는 ▲포철에 대한 시설공사의 도급이나 원재료 납품 등의 거래에 있어 박 전 회장에 대한 사례금 지급 등을 위한 경비의 변칙처리로 관련세금을 탈루했으며 ▲이러한 회계처리가 결과적으로 포철의 수익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특히 포항공대 등 제철학원의 경우 ▲공익법인에 대한 출자금은 세금감면 혜택이 주어짐을 악용,계열사 등으로부터 받은 기부금중 상당부분을 학교운영에 사용하지 않고 계열사 투자에 변칙적으로 썼으며 ▲삼화화성 등 6개 기업에 대해서는 자본금의 1백%를 출자하는 등 제철학원이 계열법인에 대해 출자할 수 있는 한도액(자본금의 20%)을 크게 초과했다고 밝혔다.
한편 박 전 회장은 신병치료를 이유로 일본에 장기체류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에 고발된 박 전 회장의 소환문제 등을 둘러싸고 앞으로 큰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이상호기자>이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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