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의 살벌한 과격시위가 지난 주말 서울의 도심에서 재연되었다. 쇠파이프를 마구 휘두르고 최루탄이 터졌다. 중심가의 교통이 마비되는가 하면 엎친데 덮친 격으로 무더위에 눈물까지 흘리며 짜증스러웠다. 왜들 이러는가. 무엇을 위한 시위인가. 지금이 이럴 때인가. 시민의 표정과 반응은 침통 그것 뿐이다.새로운 학생운동기구로 전대협의 후신인 한총련의 출범이 폭력으로 얼룩진 것은 의외의 불행이 아닐 수 없다. 권위주의시대의 구태가 되풀이 되었을뿐 아니라 시위문화의 후퇴가 엄청난 충격을 남겼기 때문이다. 문민정부는 합법적인 평화시위를 보장했다. 학생들은 약속을 지킨다고 화답하였으나 결과는 파약으로 끝났다.
목적과 방법이 확실한 시위라면 반대할 까닭이 없다. 이번 폭력시위는 한마디로 맹목적이란 느낌이 강하다. 5·18 진상규명이나 통일대화의 추진 등은 허구의 명분일 뿐이다. 의심스럽고 또 걱정스러운 것은 시대착오적인 이념 편향으로의 회귀가 아닌가 하는 점이다.
한총련은 발족에 즈음해 분명하게 밝혔다. 현 정권은 타도의 대상이 아니며 새기구는 「생활 학문 투쟁의 공동체」로 학내문제와 비리제거에 앞장선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거리의 폭력시위는 자기 모순이며 자기 배신이 아니겠는가.
어떤 근거로 자기 모순과 자기 배신에 빠져들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 학생운동은 무조건 정당하고 정의롭다는 맹신은 이제 청산되어야 한다. 국민정서를 외면하고 지지를 상실한 운동이나 시위는 거품처럼 사라지게 마련이다.
우리는 학생운동의 정치화를 경계하면서,통일환상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와 경고를 보내고자 한다. 남북 대학생의 전화회담이 과연 통일문제에 무엇을 기여하며 어떤 실효가 있는가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민족문제와 통일과업에 즉흥성이 개입한다는 것은 오히려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대학생들이 지레 덤벙거릴 까닭이 없다.
정부는 폭력시위에 강경 대처하기로 했다고 한다. 주동자엔 사전영장이 발부되었고 두 대학을 수색해 시위용품을 수거하고 학생들을 연행했다고 전해진다. 구속과 사면 그리고 석방이 반복되는 지난달의 악몽이 지겹기만 하다. 지금은 문민정부로 정치안정을 겨우 얻어낸 상황이 아닌가.
우리의 처지는 한치의 여유가 없으리만큼 급박한 상황이다. 이념의 다툼이 아니라 밀고 당기는 생존의 싸움이다. 한총련과 운동권 학생들은 국민앞에 사과하는 자괴심을 보여야 할 것이다. 이것이 전대협의 전철을 다시 밟지 않는 길일줄 안다. 물을 떠난 고기는 결코 살아남지를 못한다. 세상 달라진 것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소모와 낭비는 더이상 용인받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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