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여파 민정공화계 물갈이/공천·사고지구당 위원장 독식새정부 출범이후 민자당내에서는 완만하면서도 지속적인 물갈이가 이뤄지고 있다. 당내 주류이지만 소수파인 민주계가 서서히 세력을 확대해가고 있는 것이다.
개혁바람과 함께 밀려온 재산공개 파동의 여파로 적지않은 의원들이 민자당을 떠났고 그들의 자리를 민주계의 신진세력들이 속속 세우고 있다. 자리를 내주는 사람들은 주로 과거 최대 계파였던 민정계이다.
사정한파는 계속되고 있고 이 때문에 몸살을 앓는 쪽은 역시 민정계이다. 수사대상에 올라있다는 소문이 이들을 괴롭히고 있으며 사태추이에 따라선 이미 「단죄」된 이원조·김종인씨외에 다수 인사들이 상처를 입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나갈 사람들이 더 있고 그 자리를 꾸준히 민주계가 채워갈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재산공개 파동으로 민자당을 떠난 의원들은 모두 6명. 오는 6월11일 보궐선거가 실시되는 지역의 김재순·유학성·김문기 전 의원과 박준규·정동호·임춘원의원 등이다. 야당 출신의 임 의원을 제외하곤 모두 민정계이다.
6·11 보궐선거에는 모두 민주계 인사들이 공천됐다. 김명윤고문과 심형식 전 의원은 모두 민주계의 오랜 「동지」들이며 이용삼씨도 황명수총장 등의 적극적 추천으로 민주계에 편입된 인물이다.
지난 4월 실시된 3곳의 보궐선거도 마찬가지 양상이었다. 물론 부산의 2개 지역은 원래 민주계(서석재·박관용 전 의원)의 몫이었지만 공화계 위원장이 버티고 있던 광명도 역시 민주계측의 지원을 받은 손학규씨에게 돌아갔다.
보궐선거 공천외에 일반지구당 위원장의 교체상황을 보아도 민정·공화계가 퇴조하고 민주계의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우선 민자당이 무소속 의원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민주계측은 한명도 지구당 위원장직을 잃지 않았다. 김효영(동해) 원광호(원주) 이호정(수원 장안) 박제상(과천·의왕) 김두섭(김포·강화) 송광호(제천·단양) 송영진(당진) 김범명의원(논산) 등 입당 의원 8명의 지역구는 모두 민정·공화계가 위원장으로 있던 곳이다. 일부지역의반발이 있으나 민자당은 6월중 이들 지역의 위원장 교체를 완결지을 방침이다.
민주계 위원장 지역에도 무소속 의원들이 있으나 이들은 지난해 국민당 전력 등의 이유로 영입대상에서 제외됐다.
현역의원의 탈당이나 위원장의 요직발탁으로 공석이 된 지구당 위원장도 대체로 민주계가 차지하게 될 전망이다. 임춘원의원이 탈당한 서대문을은 민주계였던 고 김재광 전 국회부의장의 동생인 김재기 전 외환은행장이 위원장을 맡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황병태 전 의원의 주중 대사 부임으로 사고지구당이 된 강남갑에는 여러명의 전국구 의원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으나 황 전 의원의 정치적 장래를 위해 「대리인」이 임명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14개 사고지구당 가운데 김종필대표가 자리를 물려준 부여 등 일부를 제외하곤 대부분 지역에서 민주계가 우세하다는게 당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처럼 민주계가 끊임없이 세를 확대해가는 것은 기본적으로 민자당내 소수파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장기전략으로 풀이된다. 현재 1백67명인 민자당 의원중 순수 민주계는 24명. 지난해 후보경선 및 대선과정에서 YS를 적극 지지했던 신민주계를 포함해도 수적으로 우세한 편은 아니다.
더욱이 민주계는 YS의 핵심측근이자 계파의 관리자 역할을 해왔던 인물들이 사망하거나 이미지에 상처를 입고 전면에 나설 수 없는 처지여서 자원부족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김동영 최형우 서석재 김덕룡 4인방중 현재 온전한 인사는 김덕룡 정무1장관 뿐이다.
민주계는 사정작업중 일련의 개혁과정을 주도해오면서도 소수라는 점 때문에 다소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민정·공화계 등 비주류의 가시적 반발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내재적 불만을 포괄한채 봉합상태를 계속해 나가기는 부담스러운 것이다.
민주계가 세확대를 해나가는 배경에는 계파 내부의 보상성격도 깔려있다고 봐야한다.
민주계의 한 고위인사는 『공천 등에서 비슷한 자격의 후보라면 민주계에 기회를 주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그들은 민주화과정에서 고난을 겪으며 기여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동안 기득권을 누려오지 않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같은 민주계의 세확대에 민정·공화계가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민정·공화계는 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못한채 숨을 죽이고 있다. 그들은 『이제 민주계가 아니면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고 한탄할 뿐이다. 최근 6·11 보궐선거 공천자 선정과정에서 민주계 일부 중진들은 『3개 지역 모두를 민주계로 공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예천지역의 민정계 공천을 강하게 주장했으나 결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민정·공화계의 상당수 인사들은 『이제 계파는 무의미하다』며 『민주계만 있을뿐』이라고 말했다. 「승자」를 인정하고 현실을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반면 민주계측은 『그래봐야 민주계가 얼마나 되는가. 아직 멀었다』라고 털어놓는다.
수그러들지 않는 사정한파의 와중에 민자당의 물갈이 작업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정광철기자>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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