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군 관계의 현주소는 어떤가. 오는 15일로 예정된 한미 연합사령관이 이·취임식의 의전절차를 둘러싼 양국 군관계자들의 시각차는 이같은 물음을 되새기게 한다.발단은 퇴임하는 리스카시 사령관이 행사장에 작전통제권이 미치는 모든 단위부대의 부대기 참석을 요구한데서 비롯됐다.
리스카시 사령관은 자신이 한국군의 작전통제권을 갖고 있으므로 전투의 기본단위인 연대급 이상의 모든 부대기 동원이 당연하다는 생각에서 이달초 우리측에 이같은 요구를 해왔던 것.
이럴 경우 육군에서는 1·2·3군 사령부중 한미 연합사령관이 통제권을 갖고 있는 1·3군의 군사령부 및 예하 군단·사단·여단·연대기,해군의 작전사령부 통제를 받는 함대사령부기,공군의 작전사령부 예하의 각 전투비행단과 훈련비행단기 등 수백개의 부대기가 동원돼야 한다.
이에 대해 우리측은 그토록 많은 부대기를 동원한 전례가 없다는 점과 과거 한미 연합사령관 이·취임식때 군단급 이상의 부대기만 동원됐던 점을 들어 지나친 요구라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또 연합사령관이 작전통제를 할 수 있는 범위는 군사령부와 군단급에만 해당된다는 현실론을 들고 있다.
이같은 외형적 이유외에 우리측이 미군측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내면적인 이유는 자존심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한국방위의 한국화」를 부르짖고 미군에의 종속보다는 협조·보완이 필요하다고 믿는 대다수의 한국측 장교들은 한국군의 거의 모든 부대기가 한미 연합사령관 이·취임식장에 도열하는 것을 마땅치않게 생각하는 것이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육군 참모총장 이·취임식의 경우도 통상 사단급 이상 부대기만 동원되는게 관례이며 29일 거행된 합참의장 이·취임식장에도 군단급 이상 부대기만 참석했다』며 『의전절차상 리스카시 사령관의 요구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현실을 간과한 요구』라고 밝혔다.
부대기 동원요구가 미묘한 양상으로 번지자 양국군 실무자들은 서로가 한발씩 양보,독립여단급 이상 부대기를 참석시키는 선에서 양해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처럼 민감한 시기에 양국간에 갈등이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한때의 해프닝이지만,이 문제는 명문과 실리가 공존하는 현재의 한미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게 대다수 군관계자들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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