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개혁으로 상처 치유 기대온국민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슬롯머신업계 대부 정덕진씨(53·구속)의 검찰내 비호세력 수사가 착수 1주일만에 속전속결로 29일 마무리됐다.
이번 사건으로 검찰은 미증유의 상처를 입었고 제살을 도려내는 초유의 아픔을 맛보아야 했다. 그러나 이같은 고통을 교훈삼아 검찰의 새로운 자기개혁을 바라는 것이 국민들의 바람이다.
검찰은 그동안 모두 11명의 검사들을 조사,이중 고검장급 3명과 부장검사 1명의 사표를 받았으며 이건개 전 대전고검장을 구속하고 김승희 전 김천지청장을 면직했다.
또 김두희 법무장관과 박종철 검찰총장까지 사태에 책임을 지고 김영삼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검찰이 내부 비호세력 수사에 착수하게 된 것은 여론의 질책과 청와대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지난 4일 서울지검 강력부가 정씨를 구속하면서 『이번 수사의 궁극적인 목표는 정씨 배후세력들을 찾아내 엄벌하는 것』이라고 공언하고 나섰을 때만 하더라도 이처럼 대대적인 검찰내부 수사로까지 비화될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정씨 배후세력 수사는 시간이 흘러도 좀처럼 가닥이 잡히질 않았다. 공개수사를 지향함으로써 「충분한 내사를 통해 물증 등 증거자료를 확보한후 피의자를 최종 소환한다」는 특수수사의 기본원칙이 도외시된데다 정씨가 검은세계의 대부답게 입을 굳게 다물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서울지검은 천기호치안감(58)을 구속하긴 했으나 정씨와의 직접적 연계여부도 밝히지 못한채 수사는 완전 침체의 늪으로 빠져드는듯 했었다.
그러던중 검찰이 박철언의원(52·구속)의 혐의사실을 입증해준 홍성애씨(43·여)를 극적으로 찾아내 증거를 확보하는데 성공하고 은행 계좌추적을 통해 엄삼탁 전 안기부 기조실장(53·구속)의 혐의까지 찾아내면서 수사는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중요한 수사기밀이 계속 외부로 흘러나갔고 수사팀들이 정덕일씨(44)와 모종의 담합을 했다는 의혹들이 잇달아 제기됐다.
이러한 의혹들만 없었더라면 이 무렵인 지난 20일 엄씨가 구속되고 21일 신길룡경정 구속,21일 박 의원이 구속되는 것으로 사건이 마무리됐을지도 모른다.
21일 청와대에서 「성역없는 수사」를 지시한데 이어 22일 검찰내부 인사에 대한 자체수사를 지시,대검 중수부가 수사에 나서게 된 것.
이렇게 시작된 내부인사 수사는 곧바로 이건개·신건·전재기씨 등 전직 고검장급 검찰 고위인사 3명에게로 초점이 모아졌다.
이들외에도 김승희 전 김천지청장과 광주 국제PJ파 두목 여운환씨(구속) 관련 부장검사 3명,진원지를 알 수 없는 소문으로 떠돌던 4명의 검사도 일단 조사대상이 됐다.
검찰은 수표추적 결과 이 전 고검장이 정덕일씨로부터 5억여원의 뇌물을 받았으며 나중에 이를 은폐하려한 사실까지 확인,이 전 고검장을 사법처리키로 했다.
이 전 고검장 등 고검장 3명은 소환 전날인 26일 전격적으로 사표를 제출해 수리됐다. 「계급장」을 떼고 일반인 신분으로 조사받음으로써 객관적이고 공정한 수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이 전 고검장은 검찰에 소환된 뒤에도 혐의사실을 완강히 부인했으나 결국 구속을 면하지 못했고 신 전 차관과 전 전 법무연수원장은 정씨 형제와의 「인간적 유착」 관계를 솔직이 시인하는 것으로 조사가 마무리됐다.
또 슬롯머신업자로부터 승용차를 선물받은 김 전 지청장과 광주 PJ파 두목 여씨와 관련,물의를 빚은 남충현 전 인천지검 강력부장은 면직됐으며 나머지 거명된 검사들에 대해서는 해명성 자술서를 받는 선에서 수사가 종결됐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철저히 규명,자체 개혁의 전기로 삼겠다』고 천명했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한 검찰내부의 갖가지 내분양상과 깊은 상처를 어떻게 치유할지가 관심거리다.<홍윤오기자>홍윤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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