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시민운동이 가야 할 길(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시민운동이 가야 할 길(사설)

입력
1993.05.29 00:00
0 0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개혁을 성공시키려면 무엇보다 국민적인 참여가 불가결하다.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잘못된 제도를 바로잡아 사회기강을 세우기 위해서는 「윗물맑기 운동」에 의한 사정도 중요하지만,공직자를 부패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는 국민의 의식개혁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이런 관점에서 경실련을 비롯,흥사단과 한국노총 등 39개 단체가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시민운동협의회」(정사협)를 결성,민간차원에서 부정부패 척결과 의식개혁운동에 나선데 대해 지지와 성원을 보낸다. 정사협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남다른 까닭은 이 단체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공명선서 실천시민운동협의회」(공선협)가 지난해의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관권 및 금권선거를 몰아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실적이 있는 순수민간단체라는 점도 있지만,교육계·관공서·법원·언론계 등 우리사회 전반에 걸친 「촌지근절운동」을 그 첫번째 중점사업으로 벌이기로 했다는 캠페인내용도 시의성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걱정해 마지않는 일 「정사협」의 발족단계에서 정부가 여러단체의 참여와 기업체의 동참을 유도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소문들이다. 국민들 눈에는 정사협이 관변단체로 비추어 지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있는 것이다. 사회정화운동이나 새 생활·새 질서운동 등 역대 정권의 국민의식 개혁운동이 한결같이 실패했던 가장 큰 이유는 가뜩이나 정통성 시비가 있는 정권들이 이들 운동을 관주도 일변도로 「관변화」 「정권유지 도구화」했기 때문임을 우리는 보아왔다.

결코 사회의 존경을 받을수없는 인물들이 나서서 어깨띠 두르고 구호나 외치는 식의 의식개혁운동이 당초부터 국민의 공감을 얻을수는 없었던 것이고,따라서 그때마다 예산의 낭비로 끝날수밖에 없었던 교훈을 되새겨 봐야하는 것이다.

정사협의 손봉호 집행위원장은 『친여도,친야도 아닌 원칙과 객관성을 갖춘 성숙된 시민운동단체가 되겠다』면서 국민적 압력을 통해 정부의 개혁작업을 가속화시켜 나가겠다고 다짐하는 등 종래와 같은 관변단체화의 전철을 밟지않을 뜻을 분명히하고 있다. 그 뜻이 변치 않을 것이라고 믿고,그러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정부 또한 모처럼 싹트고 있는 우리사회의 건전한 양식과 시민운동의 결집을 정권차원의 욕심때문에 변질시키거나 간섭할 생각을 아예 하지말아야 할 것이다.

정사협이 이끄는 시민운동이 밑으로 부터의 의식개혁으로 승화되기 위해서는 먼저 이 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인사들의 사명감과 개혁의지,그리고 참신성이 절실히 요구된다는 사실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얼굴이 그 얼굴」이 아니냐는 평판을 얻어서는 광범한 기층시민과 양심세력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겠기 때문이다.

어느사회,어느시대나 사회개혁은 결코 용이한 일이 아니다. 개혁에는 고통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만만치않은 수구세력의 저항을 극복하고 신한국창조로 나아갈 수 있느냐 없느냐는 오로지 국민 의식개혁의 성패에 달려있다. 정사협의 일거수일투족을 우리는 주시하고자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