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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붓엄마」 타령(장명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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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붓엄마」 타령(장명수칼럼)

입력
1993.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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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몇몇 지역에 사는 나의 친구들은 그동안 아들의 입영에 관하여 「황당한」 이야기들을 많이 들려주곤 했다.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우리 아이가 현역으로 입대하게 됐는데 그애 친구가 「너의 엄마 혹시 의붓엄마니?」라고 묻더래. 친엄마라고 하니까 「너의 집 정도면 충분히 방위로 빼줄 수 있는데 부모님이 성의가 없으시구나」 하더라는 거야. 나는 우리 애가 농담을 하는 줄 알았는데 정말로 유감스런 표정이었어』

『저희들끼리 이런 농담을 한다는 구나. 병역면제 판정을 받는 아이는 「신의 아들」,2대독자 등으로 6개월 방위가 되는 아이는 「장군의 아들」,18개월 방위로 가는 아이는 「사람의 아들」,그리고 현역으로 가는 아이는 「어둠의 자식들」이라고 한대. 「어둠의 자식들」이라는 말이 하도 기가막혀 내가 야단을 쳤더니 우리애는 「나도 어머니가 그런 면에 깜깜이어서 어둠의 자식이 될 것 같은데요」라고 한술 더 뜨더라』

물론 그런 말을 믿을 수는 없었다. 병무비리가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징집연령층 사이에 그런 말들이 공공연하게 나돌 만큼 심하다고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그런데 우리는 그 「황당한 소문」들이 어느 정도 근거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국방부 특명검열단은 6개지역 병무청과 19개 군부대에 대한 특감결과를 26일 발표했는데,그 보고서는 소집·입영·배치 등 병무행정 전반에 걸친 비리를 담고 있다.

특검단은 신체검사에서 방위병 판정기준인 3·4급을 받았던 1백63명을 다시 검사한 결과 17명에 대해 현역기준인 1·2급 판정을 내렸고,군의관 후보로 3·4급을 받았던 94명중 44명을 1·2급으로 판정했다. 이번 재검에서는 현역으로 징집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체중을 급격히 늘리거나 줄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드러났는데,체중을 20㎏이나 늘려 불합격된 사람도 있었다.

서울 서초동·압구정동에 사는 저명인사와 부유층의 아들 1백28명을 따로 조사한 결과 현역 44%,보충역 43%로 나타났는데 전체국민 평균은 현역 55%,보충역 27%로 큰 차이가 난다. 그 지역에서는 현역으로 가는 젊은이가 43%밖에 안되니 「의붓엄마 타령」이 나올만도 하다. 이밖에 전산·타자·요리 등 특기병들의 상당수가 편법배치되고,국방부·기무사·정보사 등의 의장병·헌병·운전병·군악병 등 특수직 사병 선발과정에서 인사청탁 등 부조리가 있었던 것이 발견됐다.

지도층의 아들들은 후방의 편한 자리나 보충역으로 많이 빠지고,다른 아들들은 일선으로 배치되고 있다면 그런 군대가 진실로 강한 군대가 되기는 어렵다. 지도층일수록 국가와 사회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의무를 다하는 나라가 참다운 문명국이다. 우리나라의 지도층은 남들과 똑같은 책임이라도 져야 한다. 군입대라는 신성한 국민의 의무를 하면서 자신을 「어둠의 자식들」이라고 부르는 비아냥은 아무리 젊은이들의 과장된 농담이라 해도 섬뜩하게 들린다. 병무행정을 바로 잡아 이런 비아냥들을 「개혁강물」에 띄워 보내야 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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