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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산업 「관치온실」 벗어난다/신경제 개혁안 시장원리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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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산업 「관치온실」 벗어난다/신경제 개혁안 시장원리 확대

입력
1993.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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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생존」 경쟁 본격화/자금운용등 자율화 능력따른 경영유도/정부,통제자에서 게임룰 제공­감시자로정부의 관치라는 온실속에서 성장해온 국내 금융산업이 드디어 신경제 5개년계획기간(93∼97년)중에 시장원리가 작동하는 무대위에 올라서게 됐다.

은행 증권 보험에서 상호신용금고에 이르기까지 모든 금융기관들이 자기능력에 따라 한껏 경영한다. 그리고 그 경영실적에 따라 잘한 데는 잘한 만큼 우대조치가 더욱 주어지고 수준미달이면 오히려 불이익을 받게 된다.

금융산업에 바야흐로 「강익강 약익약」의 경쟁시대가 본격화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의 금융개혁안을 통해 공정한 게임룰의 제공자에 머물려고 애썼다. 금융기관 경영의 3가지 요체인 금리인사 자금운용의 자율화 일정을 제시한 게 단적인 예다. 이 3가지는 그동안 정부가 금융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주요 수단이었다. 통제의 밧줄을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풀어간다. 또 같은 맥락에서 정책금융과 여신관리제도도 대폭 축소·완화된다. 정부가 간섭과 조정을 하지 않음으로써 부실채권이 상대적으로 적거나 건실한 예금실적이 높은 은행,경영노하우가 잘 축적되고 고객을 많이 확보한 증권사 등 경쟁력이 높은 금융기관은 더욱 힘을 받아 강해진다. 반면에 규모나 내실 면에서 취약한 금융기관은 같은 시장내의 강자에 치여 취약상태를 벗어나기가 좀체 쉽지 않게 된다.

그렇다고 약자가 만년 약한 자의 처지에 머무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해봐도 자체 힘에 의해 도약이 어려울 경우에 이용할 수 있는 「약자의 대응법」도 이번 개혁안에 제시돼 있다. 다른 금융기관과의 합병이나 연합(업무제휴)이 그것이다. 모든 금융기관의 합병이 가능하다. 자유경쟁시장에서는 규모가 큰쪽이 기본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 외국의 거대 금융기관이 몰려오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 때문에 정부는 합병 금융기관에는 폭넓은 세제상의 혜택을 주고 자산규모가 클수록 증자,점포신설,신상품 도입 등 여러가지 면에서 우대한다.

합병을 하지 않더라도 금융기관간 연합을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도 있다. 부동산가격이 높아져 점포를 얻는게 갈수록 엄청난 돈이 든다. 이를 아끼기 위해 은행들이 같은 점포를 공동으로 이용,돈을 절반만 들이고 점포를 확장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영업점이 적은 보험회사는 은행과 업무제휴,전국의 3백여 은행지점 창구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하면 적지 않은 이득을 올릴 수 있다.

정부는 공정한 게임룰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비은행 금융기관을 감독할 제4금융감독원의 신설 등 감독체계를 한층 강화했다. 금융기관이 게임룰을 어길 경우 이용고객에게 불이익을 전가할 뿐 아니라 크고 작은 경제적 파장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제4금융감독원은 네번째로 설립되지만 규모나 역할은 현재의 은행감독원 못지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규모만 따지면 은행권 중에서 일반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하므로 가장 클 수도 있다.

또 기존의 은행·증권·보험감독원과 신설감독원을 포함해 금융감독기관 상설협의기구를 구성,재무부장관이 운영한다.

금융경쟁의 무대에 금융이외의 산업자금이 끼여드는 것도 차단된다. 산업재벌이 금융기관을 지배하거나 사금고화하는 폐해를 막기 위한 차단벽이 설치됐다. 당초 차단벽은 은행의 경우 현재 8%(시중은행)와 15%(지방은행)로 돼 있는 대주주 주식소유 제한을 더욱 낮추고 제2금융권은 대주주 소유상한을 신설한다는 강력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결국 채택되지 않았으며 대신 사금고화를 막기 위한 대주주에 대한 여신제한 강화방안이 마련됐다. 보험사에는 대주주에 대한 여신한도제가 신설됐다. 이 차단벽이 제대로 기능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시장원리의 작동이 5년만에 완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개혁안이 중도에 흐지부지되지 않고 마지막까지 실행된다면 일부 낙오하는 금융기관이 있긴 하겠지만 전체적으로는 국내 금융산업이 적지 않은 경쟁력을 회복,실물경제에도 건실한 산업자금을 공급하는 중역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도 70년대 고도성장에서 안정성장으로 전환하는 단계에서 우리와 비슷한 문제의식에 의해 「신금융 효율화노선」을 추진한 적이 있다. 일본은 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금융경쟁력을 한단계 높였다.

이번 개혁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농수축협의 신용사업부문 개편,체신예금 조정 등을 놓고 관련부처의 반발이 거세었던 점,단자·증권 등의 관련인사들이 로비에 나섰던 점 등의 변화에 아랑곳 없이 기득권을 지키려는 소아적 행태로 보여 주변의 빈축을 샀다.<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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