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고검장 출두에 검사동생 눈물로 배웅○…27일 하오 3시35분께 서울3 브1896호 흰색쏘나타 승용차편으로 개검에 도착한 이건개 전 대전고검장은 왼쪽손에 서류봉투를 들고 차에서 내린 후 청사 동쪽 간부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12층 중수부2과장실로 곧바로 올라갔다.
감색 정장차림의 이 전 고검장은 『심경이 어떠냐』 『뇌물을 받은게 사실이냐』는 등의 질문에 굳은 표정으로 손을 가로저을뿐 묵묵 부답으로 일관했다.
이 전 고검장은 동생 이건종 부산지검검사,정인봉변호사와 함께 차를 타고 왔는데 26일 상경한 이 검사는 형이 조사실로 올라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초조한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대검중수부는 며칠째 숙의를 거듭해온 끝에 27일 상오께야 고검장급 전직간부 3명에 대한 수사주임 검사를 선정했다.
대검관계자는 『수사대상자가 검찰 고위간부였던 만큼 함께 근무한 적이 없는 중수부과장들로 주임검사를 결정,심적 부담을 덜게했다』고 설명했다.
○…이건개·신건·전재기씨 등 고검장급 검찰 고위간부 3명이 철야조사를 받은 대검청사에서는 박종철 검찰총장 등 검찰수뇌부가 자리를 굳게 지키며 밤 늦게까지 수시로 수사진행 상황을 보고받았다.
검찰 관계자들은 『오늘은 검찰 역사상 잊을수 없는 날이 될 것』이라고 한결같이 비통해했다.
조사를 받은 서울 서솔문 댕검청사 15층 특별조사실은 모두 7개로 3평안팎 크기인 각 조사실엔 폐쇄회로 TV카메라가 설치돼 외부에서 수사진행 상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검찰내 슬롯머신업계 비호세력을 수사중인 대검중수부가 이건개 전 대전고검장 조사에 앞서 26일 장진호 진로그룹회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은밀히 소환조사한 사실이 뒤늦게 공개돼 검찰이 장 회장의 출두 사실을 숨기려한 이유에 대해 궁금증이 가중되고 있다.
대검 출입기자들은 장 회장이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27일 새벽1시까지 김태정 중수부장 등에게 확인을 요청했으나 검찰 『장 회장과 연락이 안돼 아직 소환하지 못하고 있다』 『기자들이 장 회장 집 주변을 에워싸고 있어 출두하지 모솨고 있다』며 장 회장 소환사실을 애써 부인했었다.
○…검찰에 소환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주변사람들에게 안영모 동화은행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결백을 주장해왔던 민자당 김종인의원(53)은 정작 검찰조사가 시작되자 예상외로 순순히 수뢰사실을 인정해 조사는 불과 1시간여만에 완료됐다.
김 의원은 26일 하오 7시께 수사가 시작된 직후 한동안 아무말없이 앉아있다가 『할아버지(가인 김병노 전 대법원장)의 명예에 먹칠을 한것이 가장마음 아프다』며 수뢰사실 일체를 인정했다.
김 의원은 또 『안 행장으로부터 돈을 받긴 했지만 6공 실세중에선 내가 가장 깨끗한 사람일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은 은행감독원 직원을 포함,모두 40여명으로 구성된 송 행장 사건수사팀은 「007작전」을 방불케하는 한달 이상의 집요한 추적끝에 돈세탁 과정을 밝혀냈다. 수사팀은 사망신고된 사람 이름으로 가명계좌 만들기,세탁한 돈으로 무기명 양도성예금증서(CD) 매입,사채시장에서의 수표할인,은행영업 1부와 2부를 하루 10여차례나 왕복하며 인출자 이름을 바꾸는 방법 등 돈세탁 수법의 전모를 김 의원 소환을 전후해 밝혀냈다.
수사팀의 한 관계자는 돈 세탁실력만을 놓고 볼때 1등 이용만,2등 이원조,3등 김종인씨로 평가했다.<장현규기자>장현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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