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파탄지경의 위기속에서 깊은 비탄에 잠겼다고 한다. 검찰의 차고위직인 고검장 3명이 한꺼번에 사표제출을 요구받은 것도 전무후무한 흉사인데,그것도 모자라 어제까지 몸담았던 검찰에 백의차림으로 출두해 나란히 수사를 받기에 이르렀으니 어찌 그렇지 않을 수 있겠는가.검찰의 이같은 비탄과 치욕이 결코 검찰만의 것일 수가 없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검찰권의 올바른 행사란 국가통치나 공권력 행사의 필수 기본요건중의 하나이다. 법과 공공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에 대한 수사 및 공소권의 엄정한 행사없이 국가존립이 불가능함은 상식인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중요하고 필수불가결한 검찰권을 수임받아 행사하는 검찰의 신뢰성과 권위가 붕괴될 위험에 빠진 것은 바로 국가적 위기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검찰이 오늘의 궁지에 빠진 이유야 누구나 짐작할만 하다. 오랜기간 전제·부패정권의 억압아래 권력이 시녀노릇을 강요당해온데다 개인적으로도 출세 보신주의와 황금만능 풍조에 휩쓸려든 탓이다. 물론 검찰이 모두 그랬던 것은 아닐 것이다. 과거 부당한 외압이나 편파인사에 저항하다 옷을 벗은 인사도 있었고,지금도 사명감에 불타는 대쪽검사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검찰의 얼굴이자 선두주자로 출세가도를 거침없이 달려온 세 고검장의 치욕적인 모습은 결과적으로 검찰 모두를 먹칠하기에 모자람 없는 메가톤급 충격인 것이다.
또 달리 지적되어야할 일이 있다. 슬롯머신업계야말로 한국판 마피아로 불릴 범죄조직인데,어쩌자고 검찰수뇌가 발본돼야할 사회악의 대표주자와 공생의 먹이사슬에 얽혀들었는가 하는 점이다. 검찰 수뇌부 비리자체보다 검찰이 한국판 마피아에 결과적으로 우롱당했다는 점이 더욱 큰 문제인 것이다.
결국은 이같은 국가적 위기를 어떻게 수습하고,올바른 검찰상을 어떻게 재정립 시켜나가야 하는가가 시급한 과제로 남는다.
먼저 검찰 스스로를 위해서도 엄정한 문책과 과감한 물갈이가 필수적이라 하겠다. 국가적 검찰권행사에 중단이란 있을 수 없기에 수습은 빠를수록,검찰동요는 적을수록 좋다는 소리가 없는건 아니다.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명목상의 처벌과 같은 미봉책으로 얼버무려서는 신뢰받은 검찰상 재정립의 계기를 마련할 수 없을 것이다.
검찰 스스로도 좀 더 자중자애해야 하고 국민앞에 거듭나는 자세를 보이는데 진지해야 한다. 보도를 보면 검찰권의 일부에서 이번 파문에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우리가 이처럼 피를 본바에야 두고보자』는 식의 발언도 불사한다는 것인데,거리의 장삼이사같은 이런 반응과 태도가 사실이 아니기를 바랄뿐이다.
사정의 사정 필요성을 확인하게한 이번 파문은 우리 사회를 짓눌러온 총체적 부정의 또 다른 실체를 노출시켰으며 아울러 중단없는 비리척결의 당위성을 더욱 제고시키고 있다. 슬롯머신 주범 및 비호세력에 대한 성역없는 수사를,그리고 국가적 위기수습 및 검찰상 재정립을 위한 빠른 결단을 동시에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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