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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염량세태/이영성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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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염량세태/이영성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3.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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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상오 영동고속도로 하행선에서는 검은색 대형 승용차들이 줄을 지어 질주하고 있었다. 속초 방향으로 급행하는 승용차안에는 민자당 의원들이 타고 있었다.모두가 보궐선거가 치러질 명주·양앙의 지구당 개편대회에 참석키 위해서였다.

의원들은 이날 아침 7시40분 비행기로 속초로 가서 느긋하게 개편대회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안개로 비행기가 결항하는 바람에 승용차편을 이용하게 됐던 것이다. 대회가 열리는 주문진읍까지는 4시간이상 걸리기 때문에 행사시간(상오 11시)에 맞추기 위해 다들 서둘수밖에 없었다.

일부 의원들은 주문진행을 포기하고 프레스센터의 개혁토론회로 발길을 돌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문진에는 20명의 의원들이 모습을 나타냈다. 비행기 결항만 없었다면,참석의원은 40명을 넘었을 것이라는 후문이다.

비행기가 안되면 승용차로라도 달려온 의원들의 정성과 의리는 대단해보였다. 그러나 속사정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 이유가 따로 있음을 쉽게 알게된다. 숨은 이유는 바로 지구당의 새주인이 김영삼대통령의 오랜동지로 당대표설까지 나도는 김명윤고문이라는 사실이다.

이런 속사정을 감안하면 김 고문과 악수하는 의원들의 겸양이나 치사에 들어있는 「선생님」 「어른」 등의 표현도 자연스럽게 이해될 수 있다.

이처럼 주문진대회가 화려하게 개최되는 그 시각,서울 압구정동의 H아파트에서는 한 민자의원이 초라하게 나오고 있었다. 그는 다름아닌 6공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김종인의원이었다.

검찰로 출두하는 김 의원 앞에는 민자당 동료의원은 한명도 없었다. 위로전화도 없었다. 그를 찾아온 사람도,전화를 건 사람도 친척이나 학계 인사뿐이었다.

그의 소환이 오래전에 예고돼있어 민자의원들이 새삼 신경쓰지 않았을지 모른다. 또 동료의식보다는 범법혐의가 더 무게있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소환되는 김 의원 집앞은 스산하고,서울서 먼길인 강원도의 한 읍이 북적대는 현실은 다름아닌 정치권의 염량세태 바로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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