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머신과 직간접 관련자 상당/정씨 진술에만 의존 수사에 불만/“핵심 놔두고 엉뚱한 피해” 우려도정치권이 또 다시 크게 술렁거리고 있다.
슬롯머신사건과 관련,검찰내부의 대대적인 숙정작업이 사직된데 이어 27일 청와대에서 『내주중 정치권 관련인사에 대한 검찰조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공식언급이 나오자 정치권은 올 것이 오고있다는 반응아래 긴장하고 있다. 개혁이 마치 슬롯머신 사건수사와 동의어처럼 상황을 지적하며 사정방향의 궤도수정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정치권 일각의 예상은 희망사항으로 끝나게 됐다.
또한 안영모 동화은행장의 비자금사건에 연루된 이원조의원과 이용만 전 재무장관의 경우도 대선때의 「공적」에 관계없이 엄정 처리하겠다는 청와대의 방침은 그야말로 「예외없는 사정」을 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때문에 슬롯머신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정치권 비호세력을 본격적으로 파헤치게 되면 정치권 전체에 엄청난 회오리를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없지않다.
이와함께 검찰수사가 이제까지 갈팡질팡하며 보복수사니,표적수사니 하는 불필요한 오해를 사게된 부분에 대해서도 관련책임자의 책임을 물어야한다는 인책론이 정치권 내에서 대두되고 있어 주목을 끌고있다.
지금까지 정치권내에서 슬롯머신 업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소문이 난 사람은 민자당 의원 4∼5명,민주당 의원 2∼3명 등이다. 물론 본인들은 한결같이 『정덕진씨 형제들은 알지도 못한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진위조사 차원에서라도 검찰의 1차 수사대상은 이들이 될 전망이다.
민자당의 한 고위당직자는 『검찰의 책임있는 관계자에게 확인해본 결과 현 단계로는 박철언의원외에 정치인의 연루사실은 드러나지 않았다고 한다』면서도 『내사대상에 오른 정치인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민자당내에는 지금까지 한번도 구설수에 오르지 않았던 중진급 의원이 검찰의 집중적인 내사를 받고 있다는 얘기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어 「의외의 인물」이 다음 타깃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검찰수사에 대해 『어디로 불똥이 튈까』라며 전전긍긍하는 것은 여야를 막론하고 똑같다. 비록 박 의원에 대한 혐의내용처럼 청탁과 관련한 거액의 돈이 오가지는 않았다하더라도 슬롯머신 업자들과 「의례적 관계」를 유지해온 정치인들은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부분의 슬롯머신 업자들이 관광호텔 사장이나 정상적인 기업가의 명함을 가지고 지역유지로 행세해왔기 때문에 모르는 사이에 정치자금을 받았을 수도 있다.
이로인해 정씨형제들이 입을 열기에 따라서는 누가 달려들어갈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정치권의 초조함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식으로 가면 개혁의 칼자루를 정씨형제들이 쥐고있는 형국이 될 것』이라는 자조적인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슬롯머신사건에 관해 성역없는 수사가 있어야 한다면서도 검찰의 왜곡된 수사방법이 먼저 시정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씨형제들의 진술에만 의존하는 지금까지의 수사방식으로는 진짜 비호세력은 놔두고 「엉뚱한 사람」이 피해를 볼수도 있다는 얘기이다. 청탁을 둘러싼 「검은 거래」가 아니더라도 단순한 지면관계가 있었던 사실만 알려져도 정치인들은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검찰출신의 한 민자당의원은 『검찰 수사결과를 곰곰히 되짚어보면 정씨 형제들에게 해꼬지하거나 감정을 샀던 사람들만 걸려들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정씨형제들이 덕을 본 사람들의 이름을 말할리가 있느냐』면서 『이런 식으로 하면 슬롯머신업계의 비호세력은 숨겨두는 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사정관계자들에 대한 인책론이 거론되는 것 같다. 군의 경우처럼 검찰도 30여년의 군사정권하에서 형성된 왜곡구조를 개혁차원에서 바로 잡아야겠지만 눈앞에 놓인 슬롯머신사건 수사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라도 책임을 물어야한다는 얘기다.
검찰총장이 검찰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2년임기제로 돼있지만 이미 김두희 법무장관이 4개월만 재임했던 전례가 있는만큼 문제될게 없다는 말을 하고있다.
그러나 향후 검찰수사의 최대고비는 역시 대선자금 관련부분이 될 것이라는게 정치권의 일반적 관측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검찰수사가 정말 성역없이 확대되다보면 예기치 않았던 정치적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신재민기자>신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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