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주1회 모여 「얼굴보기」 그쳐/지도교사들 없어 “자습시간” 대체도학교교육은 교과활동과 특별활동의 두가지로 전체구조를 갖추고 있다.
자주적이고 협동적인 민주시민으로서의 인간상 양성에 관한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특별활동을 통한 교육적 기능의 활성화가 강조돼 왔다. 특별활동이 교과활동과 더불어 학생의 전인적 성장을 돕기우해 설정된 교육과정의 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과정은 학생의 자율적인 참여하에 자유로운 자기 표현의 기회를 가지게 해 개성과 소질의 발견 및 신장을 꾀하고 나아가 자발적인 실천을 통해 소속집단 사회에의 기여,봉사의 능력과 태도를 육성하는데 목표를 두어야 한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의 학교교육은 출세와 좋은 직업을 지향하는 이른바 「경제·사회적 교육관」을 중시해 왔다. 이같은 교육관은 입시위주의 지식편중교육의 병폐를 초래,교사들을 조직적인 인간발달교육보다는 지식만 전수하는 편협한 기능수행에 급급하게 하고 있다.
물론 교과학습위주 교육에서 벗어나 인간교육,민주시민육성의 교육을 지향하기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두꺼워지는 교과서와 늘어나는 부교재로 인한 무거운 책가방으로부터 학생들을 해방시키고 학교생활을 즐겁게 하며 활동적이고 진취적인 학교생활을 하게 한다는 견지에서 「책가방없는 날」 「자유학습의 날」을 설정해 특별활동을 권장해온 것이 그 예이다.
그럼에도 각급 학교에서의 특별활동은 교육과정의 운영에서 소외돼 미아적 존재라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유명무실한 것이 현실이다.
특별활동은 ▲학급회의 전교회의 활동 등 학생회 운영 ▲클럽활동 ▲학교행사 등 크게 3종류로 나뉘어 진다.
특별활동의 주종은 이중에서 클럽활동으로 체육활동 생산근로활동 봉사관리활동 학교특정활동 등으로 이뤄지는데 운영 등의 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 Y여고의 특활부서는 모두 41개. 담당교사가 특활반이름과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조직했다. 고3 담임이나 수업이 많은 교사는 제외하고 수입부담이 적은 교사중심으로 운영된다.
학생들은 쉽고 편한 특활부서를 찾으려는 경향이 강해 인원수가 많은 경우 학년별로 나누기도 하고 인원이 없는 경우 아예 부서가 없어지기도 한다.
또 특정부서의 지원자가 너무 많으면 시험을 치러 배정하기도 한다. 인기부서는 편지쓰기반·독서반·음악감상반·여성학반·느낌나누기반 등으로 편성해 학생들의 요구를 가능한한 충족시키려 애쓰고 있다.
이 학교 김성광 교무주임(48)은 『학생수는 많고 교사는 제한돼 있어 전문성이 결여될 수 밖에 없다』며 『특히 컴퓨터·과학실습반 같은 경우 비용이 엄청난 교육기자재까지 신경쓸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시설부족 실습못해
올해 대학입시부터 내신성적에 특별활동점수가 포함됨에 따라 특별활동에 대한 인식이나 비중이 다소 향상된 것은 사실이다.
대학입시에 반영되는 내신성적의 비중을 100으로 놓고 볼때 교과내신(80)+출석성적(10)+행동발달사항·특별활동·교내외봉사활동(10)으로 구성돼 있다.
행동발달사항과 특별활동은 각각 「가」(3점),「나」(2점),「다」(1점)로 평가한다. 1∼3학년의 총만점은 18점으로 여기에 반장 등의 직책을 맡는 경우 교내외 봉사활동 가산점수 1점이 추가된다.
특별활동의 평가기준은 출석점수·이해력·기능 등으로 이루어지고 출석점수외에는 학교재량으로 평가한다.
S고의 경우 특활부서는 40여개이며 특활부서의 정원은 50명 단위로 최소 30∼40명의 인원수준을 유지시키고 있다.
부서배정은 학생들에게 1·2·3지망을 적어 내도록 하는데 많이 몰리는 부서는 A·B반 등으로 나누거나 시험을 치러 학생들을 배정한다.
이 학교의 한 관계자는 『운영상 큰 문제는 시설미비와 담당교사의 전문성 결여』라며 『영·수중심으로 특활이 대체되는 등 파행적 입시교육을 개선하기 위한 취지에서 마련된 특활의 내신반영은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학교여건상 활성화된 특활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선 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대부분의 특활활동은 1·2학년은 주1회 1시간정도씩 형식적으로 운영되며 3학년의 경우 거의 자율학습으로 대체되고 있다. 심지어는 아예 반편성조차 하지 않거나 획일적으로 1개반만 편법편성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K고 3학년 최모군(18)은 『고1·2학년의 경우 주1회 1시간정도씩 형식적으로나마 운영되지만 3학년은 전체학생을 독서반으로 변칙편성해 놓고 있다』며 『가끔은 신문의 사설 등을 복사해 읽기도 하지만 대부분 자율학습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J여고 1학년 김모양(17)은 『입학 후에 체력을 단련하고 싶어 배드민턴부에 들어갔지만 자습을 하기 일쑤며 그나마 배드민턴을 치는 날에는 담당교사가 20∼30분 늦게 오거나 아예 오지않는데다 배드민턴채만 있고 셔틀 콕이 없어 지금까지 제대로 한번도 치지못했다』고 불만을 털어 놓았다.
전교조가 92년 2월 학생·학부모 1천5백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육현실 및 현안에 대한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고교에서의 특별활동운영 실태를 한눈에 알 수 있다.
학급회의나 학교행사,즉 자치활동의 운영상황을 묻는 설문에 「매우 충실히 운영된다」는 응답은 8%에 불과했고 「형식적으로 운영」 「가끔 자율학습으로 대체」 「일지기록에 그치고 모두 다른 시간으로 대체」가 92%나 돼 편법운영되고 있음을 잘 알려주고 있다.
성별로는 여학교보다 남학교가 다른 시간으로 대체되는 비율이 더 높고 지역별로는 강남지역이 강북지역보다,평준화지역이 비평준화지역보다 높았다.
클럽활동(특별활동) 운영실태에 대한 조사에서는 「매우 충실히 운영」이 21.7%로 학급회의나 학교행사의 경우보다 비교적 충실히 운영된다고 보는 학생이 더 많았으나 역시 가끔 또는 모두 다른 시간으로 대체되고 있다는 학생이 47.1%나 됐다.
참교육실천학부모회의 이정진 교육국장(46)은 『성장기에 있는 학생들이 제대로 성장하려면 정서순화·스트레스해소 차원에서 특별활동이 적절하게 운영돼야 한다』며 『그러나 현대학 입시체제에서는 제구실을 기대할 수 없다』고 교육현실을 토로했다.
이 모임의 한 학부모는 『K고에 다니는 고3 아들이 1·2학년 때 특별활동을 하지도 않았는데 성적표 특별활동란에 「가」로 나와 웃은 적이 있다』며 『교육부 감사용으로 처리할뿐 고교에 진학하면 특별활동은 먼 나라의 얘기』라고 말했다.
S고 2년 이모군(18)은 『「특별」이라는 말자체가 교육의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데서 나온 말』이라며 『멍석이 없어서 못하지 기회만 주어진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생소질 육성해야
이와같이 충실하게 운영되지 못하는 특별활동의 문제점으로는 크게 세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특별활동의 부서가 교과과정과 연계된 부분에 치중돼 있거나 다양하지 못하고 개성과 취미에 맞는 클럽을 갖지못해 흥미나 의욕을 유발하지 못하는 것이다.
둘째는 개성과 소질을 키울 수 있는 지도력이 부족하거나 지도를 위한 시설·용구·자료가 합당하지 못한 경우이다.
셋째는 형식적으로만 운영하거나 그나마도 교과시간으로 대체하거나 아예 생략해 버리는 것이다.
이와같은 문제가 야기되는 이유는 이기적인 사회풍토,학부모의 왜곡된 자녀교육관,교육의 신념,교육자의 신념결핍,교육여건 열악 등이 지적되고 있다.
특히 진학률만 높으면 일류학교라고 평가하는 학부모와 사회일반의 시각은 한시바삐 시정돼야 할 부분이다.
교육은 모두 학생을 학자로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 건전한 시민으로 육성하기 위한 것이다. 오늘날 우리 교육풍토는 지적으로 소질이 있는 학생들만 살아남도록 조장되고 있으며 다른분야에 소질을 가진 학생들에게는 교육적인 배려가 소홀한 점도 시급히 개선돼야 할 일이다.
전문가들은 특별활동의 개선방안으로 지도교사 확보,학생들이 원하는 만큼의 다양한 특활부서 조직운영,교사들에게 연수비 지급을 통한 「1교사 1특기제」 도입 등을 들고 있다. 또 지역 자원인사들의 활용과 지역사회의 각종기관 이용도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금란여고 특활운영 이렇게/26개 취미반 편성… 전문가도 초청/매년 10월엔 「학생 솜씨자랑」 발표회
서울 서대문구 대신동 이화여대병설 금란여고(교장 배인숙)는 60년 개교이래 학생들의 특별활동을 꾸준히 지도,매년 10월 정기적으로 발표회를 갖는 등 모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학교 학생들은 매주 수요일이면 상오 수업만 하고 하오 2∼4까지 연속으로 특별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특별활동반은 다른 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는 문예·독서·연극반 등 일반적인 것뿐만 아니라 여학교의 특성을 살린 가야금·재봉·편물반을 비롯,이번 학기에 새로 생긴 영어노래반에 이르기까지 26개로 매우 다양한 편이다.
특활반은 각 과목담당교사들이 교육과정을 직접 만들어 철저히 가르쳐야 되기 때문에 교재나 교육방법 등에 많은 어려움을 느낀 교사들이 차라리 전공교과목 수업을 더 하겠다고 할 정도다.
다른 학교들이 특별활동 1시간중 1시간에 학급회의(HR)를 하고 1시간은 특별활동(클럽활동)반에 가거나 아예 자율학습시간으로 쓰고 있는데 비해 금란여고는 특활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2시간 연속으로 할뿐만 아니라 특활이 있는 수요일에는 방과 후 학생들이 못다한 특별활동을 마칠 수 있도록 일체의 보충수업이나 자율학습도 하지 않는다.
특별활동의 주체가 1∼2학년인데도 불구하고 수학반이나 영어회화반·학문반 등 교과과목과 연관이 있는 과목이 재봉반·편물반 등이 실생활에 유용한 과목에 비해 선호도가 높은게 사실이다.
특활반의 한 학급 구성수는 평균 50명선인데 특히 2학년 수학반이 94명으로 가장 많이 몰리고 이에 반해 재봉반은 7명에 불과해 명맥만 유지되고 있다.
이 학교 특별활동의 특징은 무엇보다 무용·사진·서예·자수 등 다양한 분야의 특활시간에 학생들이 1년간 열심히 배워 만든 작품을 매년 2학기말에 학부모들을 초청한 가운데 「문학의 밤」 등 발표회를 갖는 것이다.
입시위주 교육에 밀려 거치레로 흐르기 쉬운 특활시간을 발표회의 개최로 활성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가장 어려운 점은 대외강사초빙 문제이다.
가야금반이나 꽃꽂이반 직조반 서예반의 경우,이 학교 교사가 아닌 전문가를 초빙하는 열성을 보이고 있으나 재정이 빈약해 강사료가 교통비 정도밖에 안될 정도로 낮기 때문에 사실상 외부강사들의 자원봉사에 기대하는 실정이다.
이외에도 일부 열성학부모들이 교육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수업할 시간에 엉뚱한 것만 가르쳐 시간낭비하고 있다』는 등 비난의 소리를 내기도 한다.
이 학교 이재동교감(55)은 『우리 교육여건상 학부모·학생·학교라는 삼위일체의 호응이 사실상 불가능해 특활반 운영이 쉽지만은 않은 실정』이라며 『금년부터 특활접수가 내신성적에 포함되기는 하지만 비중이 낮아 당분간 열성학부모의 비난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설희관차장·김현수·장인철·여동은·남경욱·이진동·현상엽기자(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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