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문제등 걸려 전면수용 “부담”/차관급 실무접촉 봐가며 일정조정할듯북한이 「특사교환」을 제의한 다음날인 26일 정부는 종합적인 대응책을 확정하기 보다는 관계부처별로 실무검토작업에 골몰했다.
북한의 제의는 「실무접촉」을 통한 대화재개,「특사교환」이라는 새로운 틀의 대화형태,그리고 정상회담 등 3가지 차원이 복합적으로 제시된 것이어서 그만큼 신중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먼저 부처별로 대안을 마련한뒤 27일께 통일관계 전략회의 등 장관급 협의를 통해 이를 조정,29일께 북측에 회신을 보낼 때까지 최대한 신중을 기하겠다는 자세다.
한 고위당국자는 『아직 실무접촉에 응할지 여부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며 『정상회담에 집착한 나머지 실효있는 대화자세를 파행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북한 고위급회담과 한중 외무회담 등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국제적 환경도 아직은 유동적이어서 정부대응은 더욱 신중할 수 밖에 없다.
『북한이 사과는 줬지만 이는 벌레먹은 사과여서 선뜻 입에 넣기 힘들다』는 한 관계자의 말은 신중히 임하는 정부의 분위기를 전해준다.
그러나 결국 정부의 대응책은 「대화는 하되 남북고위급 회담이라는 기존 테두리를 깨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한다」는 원칙하에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측 대응방향은 크게 ▲북측제의 적극 수용 ▲차관급 예비접촉후 단계적 조정 ▲고위급회담 틀을 고집하는 전면 수정제의 등 3가지 정도로 점쳐진다.
우선 북측 제의를 사실상 전면 수용,차관급 「실무접촉」후 부총리급 특사교환을 시작하게 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경우 김영삼대통령과 김일성주석 등 남북한 정상간에 「간접대화」가 시작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최고당국자의 뜻을 전달하는 특사」를 통해 핵문제를 포함한 남북 현안의 일괄 타결을 시도하려 들 것이다. 특사교환과 때맞춰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철회,핵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린다는 낙관적인 가정이 가능해진다.
정부 일각에서는 『테이블 양측에 마주앉은 회담형태보다는 특사파견이 문제의 핵심에 보다 접근할 수 있는 대화형태』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 시나리오는 북한의 의도에 따라 남북관계와 핵문제 해결을 도리어 후퇴시킬 수도 있는 함정이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우선 북측이 핵문제 논의를 기피할 경우 지연전술에 말려드는 결과가 초래된다. 북한이 몇단계를 건너뛰어 정상회담 조기실현을 주장하고 나올 경우 우리측은 부담만을 안게 된다. 특사교환이 시작된 상태에서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이 나올 경우 이에 동참하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지난해 2월19일에 발효된 남북 기본합의서,비핵화공동선언 등 기존의 남북합의 사항의 결실을 송두리째 잃어버릴 우려도 있다.
둘째는 일단 차관급 예비접촉을 시작하고 후속 협상형태를 단계적으로 조정해 나가는 절충방안이다.
이 경우 송영대차관 등 우리측 대표는 고위급회담 대표로,북측 대표는 특사교환을 위한 실무접촉 대표로,각각 다른 자격에서 회담에 임하게 된다. 남북이 각각 다른 명칭의 대표자격으로 대화에 임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정부는 차관급 접촉을 통해 북한의 진의를 타진하고 고위급회담으로 협상을 유도하거나 특사교환후 고위급회담이나 화해·협력·교류·핵통제위원회 등의 개최를 통해 남북 합의사항이 실천되도록 할 방침이다.
마지막으로 남북 고위급회담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실무접촉마저 사실상 거부하는 전면 수정제의다.
정상회담을 제의한 김영삼대통령의 취임사는 3월12일 북한의 NPT 탈퇴이전에 나온 것이므로 거부논리는 일단 성립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할 경우 정부는 반통일적,패배주의적이라는 비판을 감수해야 하고 문민정부의 차별성 부각에 실패하게 된다.
4개월여만에 재개 될 남북대화는 정부에 어느 때보다도 탄력있고 전향적인 대응자세를 요구하고 있다.<유승우기자>유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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