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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부터 먼저」가 대원칙이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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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부터 먼저」가 대원칙이다(사설)

입력
1993.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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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느닷없이 꺼낸 남북한간의 부총리급 특사교환 제의와 정상회담 논의의 표명은 외형상 파격적이고 이색적인 인상을 주지만 한꺼풀 벗기면 자신들의 어려운 국면을 모면하기 위한 계략이 담겨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지금 뭐니뭐니해도 북한이 가장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할 일은 남한은 물론 국제적으로도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핵개발의혹과 불신을 과감한 공개와 수검을 통해서 벗는 것이다.북한이 자신들 말대로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그리고 세계평화와 번영을 원한다면 핵확산금지조약(NPT)의 탈퇴를 즉각 철회,복귀하여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특별사찰과 남북한간의 상호사찰을 받은 일이 급선무임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북한은 NPT 탈퇴 시효를 열흘 앞둔 6월2일에 미국과 고위급회담을 갖게 되었으나,미국은 벌써부터 NPT 복귀와 각종 사찰의 수용만이 타결의 열쇠임을 못박고 있어 북한으로서는 이제 한가지 선택만을 남긴 형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의 이번 특사교환 제의는 앞서 핵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대화를 갖자는 우리측 의견에 대한 회답형식이긴 하나,바로 유엔의 본격적인 제재가 임박한 가운데 미·북한 회담을 1주일 앞둔 시점에서 나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속셈은 지극히 다목적적이다. 우선 미국 등 국제사회에 대한 최대한의 시간벌기작전임이 명백하다. 남북간에 중단됐던 회담재개가 논의되고,특히 고위급 특사교환과 함께 정상회담의 뜻까지 갖고 있음을 짐짓 표명함으로써 핵문제를 남북간 협상에 맡기도록 국제여론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구도인 것이다. 그렇게 해서 국제사회로부터의 핵관계 압력을 최대한 회피하자는 저의이다.

다른 측면은 남쪽 문민정부의 대북정책과 태도를 테스트하고 굵직한 제의로써 핵에 대한 관심을 덮는 한편 남한내의 새로운 지지세력을 고무하려는 이른바 새 통일전선전략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특히 이를 위해 5·6공 정권이 단지 대국민인기 목록으로 그토록 원했던 「정상회담 용의」를 슬그머니 끼워넣은 것 역시 핵피하기 작전의 일환임이 분명하다. 또한 특사를 유독 부총리급으로 「지명」한 것은 취임후 진보적인 통일관을 피력해온 한완상부총리를 다분히 의식한 것으로 봐야할 것이다.

한마디로 이번 북한의 제의는 평화의지와 진실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물론 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완화·개선하기 위해서는 형식과 절차에 구애받을 필요없이 어떤 형태의 대화도 환영해야 하지만 문제는 현안의 해결순서인 것이다. 부총리급의 특사교환이건 차관급 접촉이건 아니면 기본합의서에 의한 전면적인 대화재개이건간에 가장 시급히 논의해야 할 문제는 핵 상호사찰이다. 핵문제가 투명하게된 연후에야 인적 물적교류,특히 경제협력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이고 그런 바탕이 굳어진 뒤에라야 정상회담도 가능한 것이다.

문민정부를 추켜 세우면서 정상회담을 만능의 미끼인듯이 슬그머니 던져오는 북한의 자세는 온당치 못하다.

정부는 차제에 「선 핵해결 후 각종교류·정상회담 추진」을 북에 분명히 전달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핵의혹 벗기기에 국제적 관심이 쏠려있는 이때에 가장 중요한 당사국인 우리 정부가 만에 하나 북한의 핵가리기 및 지연작전에 동조하게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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