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과 인연은 본디 불교용어다. 연분이라고도 쓴다. 인과 연은 간단히 말하면 유래와 내력이다. 불가에선 모든 사물이 이것에 의해 생멸한다고 설명한다. 국어사전에선 인연의 뜨을 「결과를 만드는 직접적인 원인과 그 원인과 협동하여 결과를 만드는 간접적 힘이 되는 연줄」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심오한 불교용어가 세속화하면서 「연줄」은 곧 출세의 끈으로 변질했다. 옮지못한 세상에서 출세를 하고 치부를 하려면 권력에 접근하는게 지름길이다. 그러기 위해 단단한 연줄을 잡아야 목표를 달성한다. 가장 가깝고 쉬운 연줄은 핏줄로 연결되는 혈연이다. 지역을 매개로 하면 지연이 생긴다. 여기에 동창관계가 얽혀 학연까지 가세하면 힘은 배가 된다. 이렇게 혈연 지연 학연이 서로 밀고 당기고 끌어주어 거대한 산맥과 같은 인맥이 형성된다. ◆이것이 단순한 사적인 관계로 끝나면 탓할바 아니고 말썽의 소지가 될 까닭도 없다. 그러나 공적인 관계와 공식기구에 끼여들면 탈이 나게 마련이다. 공공성과 합리성의 눈을 흐리게 만든다. 이른바 사조직이 발호하면 공조직이 무력화하여 흔들리기 시작한다. 질서가 잡히지 않고 불만은 높아가며 자꾸 쌓이게 된다. 그 폐해가 어떻다는 것을 오랫동안 체험했다. ◆지연과 학연이 결합한 TK의 기세가 하늘을 찌를듯하면서 지역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굵거나 약하거나 연줄을 잡으려는 인맥의 분화는 사회전반에 걸쳐 깊은 골을 파고 사분오열의 현상을 드러냈다. 군은 하나회라는 사조직 또는 9·9인맥이라는 것이 위계관계를 흐트려 놓았다. 검찰에도 SK니 TK이니 하는 인맥이 얽혀 있다는 소문이다. ◆개혁바람을 탄 사정과 숙군작업을 과감하게 연줄을 끓어가고 있다. 연줄관계라는게 전근대적인 해악이다. 이것을 현대사회에서 부활시킨 풍토부터가 잘못이었다. 「끼리끼리」 의식은 이제 절단되어 마땅하다. 아직도 지연과 학연을 따지는 사람이 있다면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할 것이다. 그런 세상은 끝났다. 이것이 사회정의의 첫 걸음이다. 인연이란 무서운 업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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