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년·지연얽혀 수사과정 갈등/음모설등 상명하복 관행 흔들/장기화 전망속 “발본색원이 최선” 여론검찰조직에 난기류가 흐르고 있다. 지난 4일 슬롯머신업계 대부 정덕진씨(53)를 구속하면서 시작된 비호세력 수사의 파장이 급기야 검찰 내부로 번지면서 종전 같으면 생각도 할 수 없는 조직이완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법처리 무풍지대에서 살아오다 창설 46년만에 고검장 사법처리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된 검찰의 최근 분위기는 상명하복이 조직 운영의 바탕인 국가최고 사정기관의 위상을 흔들리게 하고 있다.
우선 정씨 비호세력 수사의 배경과 방법 등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이로인해 내부음모설 등 무성한 소문이 나오고 총장을 정점으로 유지돼온 검사동일체 원칙도 흔들리는 듯한 양상이다.
또 SK(서울 경기) TK(대구 경북) PK(부산 경남) 출신 인맥간의 이해상충과 미묘한 갈등도 엿보인다.
정씨 비호세력을 수사해온 서울지검 강력부는 지난달 16일 『조직폭력배의 돈줄 역할을 해온 슬롯머신업소의 불법영업을 단속하고 비호세력도 수사하겠다』며 공개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이어 지난 3일 정씨를 검거하고 비호세력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음을 선언했다.
그러나 정씨 구속 이후 2주일 가까이 수사진척이 없자 『정씨구속 자체도 대단한 일이라고 자평하다가 엄삼탁 전 병무청장(53)의 비호사실이 드러나고 이어 박철언의원(52)까지 튀어나오자 『6공의 실세들을 잡지않았느냐』고 수사종결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검찰수사 관례상 보기드문 이같은 좌충우돌식 수사진행에 대해 검찰내부에서는 우려가 표출되기 시작했고 김영삼대통령과 김두희 법무부장관의 성역없는 수사지시가 내려오자 현직 고검장의 비위사실이 곧바로 드러났다.
충분한 내사과정없이 공개수사 체제를 갖춘데 대해 수사팀이 『비호세력의 외압을 차단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 뒤부터 수사팀 외부에서는 외압으로 비쳐질까봐 조언을 하기보다 수수방관하는 상황이 돼버렸고 수사 진행과정에 대한 불만이 쌓이기 시작했다.
반면 수사팀 내부에서는 『격려를 가장한 압력성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 『피아의 구분이 안된다』 『누군가 수사기밀을 누설하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오는 등 불협화의 양상이 두드러졌다.
또 형을 대신해 정·관계인사를 대상으로 로비를 해온 정덕일씨(44)의 자진출두사실이 상부에 보고조차되지 않은 상태에서 외부에 먼저 알려졌다.
정덕일씨 신병처리문제에 대해서는 여론을 의식한 검찰수뇌부가 구속방침을 결정했으나 평검사인 주임검사가 강력히 반대,불구속입건을 결정하는 일까지 벌어져 검사동일체의 규범이나 관행이 더 이상 지켜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검찰내부의 난기류 형성에는 음모설 또는 음해설도 한몫을 한다. 우선 경북고와 함께 검찰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경기고 출신들은 경기고를 나온 이건개 대전고검장의 소환조사가 임박한데다 비위혐의가 있다고 거명되는 인사중 이 학교출신이 여럿인 것을 심상치 않은 일로 여기고 있다.
오래전부터 검찰요직을 장악해온 TK 출신들도 새 정부 출범이후 TK의 퇴조가 뚜렷해진 터에 이 사건수사의 파장으로 수뇌부 재편까지 닥칠 것을 우려하면서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수사에 대한 잡음이 잇따르면서 「내부인사에 대한 확증을 잡지 못한채 미적거리다가는 역공을 당할 수 있다」는 수사팀의 위기감이 내부인사의 비리를 적극적으로 캐내게 했다든가,「칼자루를 쥔 수사팀과 칼날의 위협을 느낀 내부세력의 대결양상에서 원칙을 무시한채 이 고검장의 비위사실이 불숙 튀어나왔다」는 설이 나오고 있다. 검찰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검찰이 사회비리의 파수꾼으로 자리잡기 위해 썩은 부위를 먼저 도려내는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할 진통으로 해석한다. 또 5,6공을 거치면서 검찰공화국이라는 표현처럼 권력의 시녀역을 담당했던 구태를 벗기위한 과정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국민들의 불신을 해소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면서 내부진통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는 사람도 많다. 결국 이 시점에서 가장 분명한 것은 정씨 비호세력에 대한 성역없는 수사만이 난기류를 걷어내는 최선책이 될 것이라는게 검찰주변의 일반적인 시각이다.<정희경기자>정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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