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한 오해 의식… 연설문구 신경/자기혁신운동 「정신적 중추」 당부에/서 총무원장 “신한국 창조 동참” 화답김영삼대통령은 25일 기독교계에 이어 불교계에 대해서도 자기 정화와 자기 혁신을 당부했다.
김 대통령은 이날 상오 서울 롯데호텔에서 불교계를 비롯한 각계 인사 1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13회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원법회」에 참석,『불교계가 해이해진 사회기강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에 솔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이날 불교계에 대해 솔선수범과 개혁동참을 촉구했지만 지난번 기독교계에 대해 「통회」를 역설한 것보다는 다소 강도가 낮았다는게 중론이다.
기독교계에 대한 것이 「질타」에 가까운 것이었다면 이번엔 「당부」로 들렸다.
김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가 조찬기도회에 참석,『우리 사회에 빛과 소금을 자처하는 기독교인은 참으로 많은데도 우리 사회가 어찌하여 이렇듯 타락했는가 하는 의문을 떨쳐 버릴 수 없다』고 개탄했다.
김 대통령은 또 『기독교인 스스로가 사회의 부패를 막는 소금이 되기에 앞서 스스로 오염돼있다는 말도 듣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통령은 같은 기독교인으로서 기독교에 대해 일대 회개운동을 촉구했었다면 이날 법회에서는 우리 모두의 자기 혁신운동에 정신적 중추가 돼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실 청와대측은 이번 법회 참석을 앞두고 불교계의 새정부에 대한 「시선」을 감안,김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에 큰 신경을 썼다는 후문이다.
김 대통령이 불교계에 대해 특별한 시각을 갖고 있는게 아닌데도 기독교 신자라는 점 때문에 취임후 몇가지 일들이 불교계 오해를 산 것을 의식한 때문이다.
대선당시 불교계와 기독교계의 미묘한 갈등은 차치하고라도 새정부 출범후 육군 모사단 전차대대에서의 법당 폐쇄사건이 불교계의 섭섭함을 산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김 대통령의 취임후 청와대에서 예배가 열린 것도 불교계는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았다는 것이다.
김 대통령도 이런 점을 감안한듯 이날 불교계에 대한 깊은 이해의 뜻을 표했다. 김 대통령은 일찍히 신라시대 불교의 가르침이 세속오계로 나타나 나라의 도덕적 규범이 되었으며 이는 오늘날 신한국 창조를 위한 의지와 맥이 상통한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또 『중생이 아프면 보살도 아프다고 했다』며 『한국병을 치유해야 중생도 보살도 나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
김 대통령은 이날 『너와 나를 편가르지 말자』는 의미있는 말도 했다.
김 대통령은 『이성철종정께서 석탄일 법어로 「이웃을 나로 보고 내가 이웃이 되고 열이 하나가 되고 백도 하나가 되자」고 말씀하셨다』면서 『우리 모두가 더불어 하나가 되자는 말씀인줄 안다』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의 불교계에 대한 이해와 자기정화 당부에 화답하듯 서의현 조계종 총무원장은 법어를 통해 『「심청정 국토청정」이라는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받들어 신한국 창조에 동참하기 위한 일대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서 총무원장은 『불교만이 개혁의 사각지대에 머물러서는 국민도 용서하지 않을 것이므로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승려들을 과감히 척결하겠다』고 자성론을 폈다.
서 총무원장은 『종단은 가난해도 일부 극소수 승려들은 고급승용차를 몰고 호텔에서 숙식을 하며 탕아처럼 호의호식한다는 항간의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 뼈를 깎는 참회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기현 전국신도회장도 개회사에서 『도덕성 회복운동에 불교계뿐 아니라 모든 종교인이 하나되어 참여하자』고 제창했다.
이날 법회는 「이해의 나눔」 자리였다.<최규식기자>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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