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구·대선배」 수사악역 꺼려/중수부 과장중 한명이 맡을듯26일은 46년 검찰 역사상 가장 부끄러운 날로 기록될지 모른다.
검찰 고위간부인 이건개 대전고검장(52)이 조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조사대상자는 검찰을 이끌고 갈 유망주로 꼽혀온 사람이다.
이런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아 검찰 수뇌부는 지난주말부터 잇달아 회의를 열어 묘안을 숙의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검찰 수뇌부가 내린 결론은 조사는 신속하게 끝내되 사실은 철저히 규명한다는 것이다. 즉 수사과정에서 의혹은 추호도 남지않게 하고 서로가 괴로운 시간은 될수록 짧게 한다는 생각이다.
남은 문제는 이 고검장을 과연 누가 조사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라면 다소 점잖지 못한 표현이 될지 몰라도 그만큼 어렵고 괴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조사대상자의 지위를 감안하면 김도언 대검 차장이 나서는 것이 격에 맞는다. 이미 지난해 부산 초원복국집 사건으로 정경식 부산지검장(현 대검공판 송무부장)이 소환됐을 때 박종철 대검 차장(현 검찰총장)이 조사한 전례가 있다.
그러나 김 대검 차장과 김 고검장은 각각 고시 16회와 사시 1회로 고시로는 선후배간이지만 차기 검찰 총장후보 경쟁자인데다 수사성격 자체가 제살을 도려내는 「악역」인 만큼 김 대검 차장이 직접 조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정씨 형제를 조사했던 서울지검 홍준표검사의 경우는 모든 내막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지만 슬롯머신 스캔들의 파장이 검찰 고위간부선까지 비화되도록 한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수사를 맡기가 곤란하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수사는 대검 중수부과장들중 누군가에게 낙착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검찰의 대선배라는 점은 그만두고라도 이 고검장은 평소 후배검사의 수사나 보고서 작성때 자구 하나하나 일일이 고치도록 해온 꼼꼼한 성격인 만큼 조사하기도 무척 난감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들은 『검찰 조직의 특성상 누구나 조사대상이 되면 상하관계를 떠나 조사될 수 있다』면서도 『자기 식구에게 칼을 대는 악역을 누가 맡고 싶어 하겠느냐』고 곤혹스러움을 토로하고 있다.<홍윤오기자>홍윤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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