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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함·정체의 차이/이진순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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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함·정체의 차이/이진순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3.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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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여성장관이지만 송정숙 보사부장관은 황산성 환경처장관과 퍽 대조적이다. 황 장관이 공석에서 눈믈을 흘리고 막말을 하며 직선적인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 물의를 빚는 동안 송 장관은 언론에 거의 오르내리지 않은채 조용히 지내왔다.송 장관은 간부들의 업무보고를 대체로 조용히 듣고 있을뿐 별달리 챙기는 일도 없고 직원들을 재촉하거나 질책하는 법이 없다. 스케줄대로 각종 행사에 참석해 치사를 낭독하거나 외부인사 접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보사부의 현안은 여론의 관심이 된 적이 없으며 관계부처 회의 등 타부처와의 관계에서도 잡음이 들리지 않는다. 각 부처가 한건 하는 기회로 생각하는 대통령 업무보고도 알맹이 없이 지금까지의 추진상황을 재탕한 내용이어서 주목을 받지 못했다.

언론계에서 수많은 장관들의 부침을 지켜보며 「언론에 거론되지 않고 조용히 지내는 것이 장수비결」이라는 처세술을 터득한 탓일까 아니면 순전히 성격탓일까.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동안 보사부의 현안은 쌓여가고 고인 물처럼 분위기가 정체돼간다. 직급을 강등해 발령하든가 하면 불과 4개월밖에 안된 국장을 갈아치운 인사도 분위기 쇄신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3월5일 발효된 약사법 시행규칙이 이에 반발하는 한의대생들의 집단유급 위기사태를 초래할 때까지 보사부는 적극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5·6공내내 끌어왔던 생수의 시판허용 여부도 여전히 방향을 잡지 못한채 표류하고 있다. 병원부조리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제보가 들어온 적이 없다』고 실태조사를 하지 않고 있으며 국회에서 계속 보류되고 있는 정신보건법안 문제에도 속수무책이다.

새정부들어 발표한 93개 행정규제 완화계획 역시 밀도 있게 추진됐더라면 곧 시행할 수 있는 것이 상당수이지만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송 장관은 산적한 문제들이 바로 자신의 일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혹시 장관실 의자에서 졸고있는 것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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