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검사로 첫 정년퇴임 민건식씨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검사로 첫 정년퇴임 민건식씨

입력
1993.05.25 00:00
0 0

◎“곳곳 유혹손길… 검사 제1 덕목은 청렴”『검사는 무엇보다 깨끗해아합니다. 범죄자와 접촉해야 하는 검사 주위에는 언제나 유혹의 손길이 뻗쳐있습니다. 경계하고 조심하지 않으며 안됩니다』

최근 슬롯머신업계 비호세력에 검찰고위간부들이 상당수 포함돼 떠들썩한 가운데 일선검사로 27년5개월을 재임한 뒤 검사로서는 처음 91년에 정년 퇴임한 민건식변호사(62)는 검사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청렴성을 강조했다.

『검사도 인간이므로 욕심이 없을 수 없습니다. 출세도 하고싶고 유혹에도 약합니다. 그러나 공인의 대표자로서 자기를 객관화할 수 있는 자기수양이 필요합니다』

박종철 검찰총장과 고시동기(15회)인 민 변호사는 동기생들이나 후배들이 고등검사장,검찰총장 등 화려한 승진의 길을 갈때 그 그늘에서 일선검사로만 묵묵히 일해왔다.

『검사의 직무에 충실하려 애썼고 지금도 누구보다 검찰을 사랑한다』는 민 변호사는 검찰이 국민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고있는 현실에 대해 『없었으면 좋았을 일』이라며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표시했다.

『검찰만의 문제를 아닙니다. 5·16이후 파행적으로 흐른 우리의 사회풍토와 이를 조장한 정치가 근본적의로 문제입니다. 정치에 기준이 없고 원칙이 무시되는데 법집행 기관인 검찰이 온전할 수 있겠습니까』

민 변호사는 검찰이 이지경까지 이르게 된데는 무엇보다도 군사문화의 영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군인이 정치를 하면서 상명하복의 명령체계와 일사불란한 조직운영을 강조했습니다. 그렇게 30여년이 흐르다보니 위만 바라보는 것이 체질화 돼버렸습니다』

그래서 윗사람의 정책이나 방침만을 따를뿐 아래를 보고 국민의 가려운곳을 긁어주는 역할은 희미해져 버렸다는 것이다.

민 변호사는 검찰조직이 정치에 길들여지고 순치된 것은 검찰구성원들의 역사의식 결여도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아무리 경미한 사건이라도 외압과 내압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순간에 굴복하는 것은 한편으로는 달콤하지만 10년,20년의 세월이 흘러 사건이 요즘처럼 터졌을때는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때문에 그는 후배검사들에게 이기적인 욕심을 자제하고 인간적인 수양을 쌓도록 충고했다. 『검사는 모든 사건을 인간이 살아가면서 겪게되는 애환으로 보고 의연한 자세를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민 변호사는 62년 제15회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서울지검 검사를 시작으로 대전·대구지검 검사 등을 거쳐 서울지검 의정부 지청장을 끝으로 91년 9월 정년퇴임했다.<남경욱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