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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묘한」 침묵/불편한 심기/옛 휘하 전역보는 노 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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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묘한」 침묵/불편한 심기/옛 휘하 전역보는 노 전 대통령

입력
1993.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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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한듯 “드디어 방침 정해졌군”/측근들 “6공 겨냥한 것은 아닐 것”김영삼대통령의 「12·12 문책」에 대해 12·12사태의 주역이었던 노태우 전 대통령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노 전 대통령측은 종전과 같이 아무런 공식반응이나 입장을 보이지 않고 침묵을 지키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24일 아침 연희동 자택에서 조간신문에 난 「12·12관련 군인사조치」 기사를 보고도 이미 예상했었거나 사전에 얘기를 들었던듯 『드디어 정부방침이 정해졌구나』라면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의 한 측근은 김 대통령의 인사조치에 대한 논평을 요구받자 『정부의 인사문제에 대해서 무엇을 말할 수 있겠느냐』는 반문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러나 이같은 「공식적 침묵」과는 별개로 이날 전역조치된 군장성들이 모두 노 전 대통령을 잘 따랐고 또 가까운 사이였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다고 주변에서는 전하고 있다. 특히 이필섭대장은 12·12 당시 9사단 29연대장으로,안병호중장은 9사단 작전참모로,바로 노 전 대통령의 휘하에 데리고 있던 사람들이라 이들의 전역조치를 보는 기분이 좋지 않으리라는건 불문가지이다.

그렇지만 노 전 대통령은 「12·12 문책」도 개혁과 마찬가지로 새시대를 열어가는데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일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노 전 대통령과 접촉을 유지하고 있는 한 인사는 『노 전 대통령은 김 대통령을 후임자로 생각했을 때 이미 언젠가는 이 문제가 터져나올 것으로 예상했었던 것 같다』며 『다만 문민정부가 좀더 신중하게 이 문제를 다루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새정부가 취하고 있는 「12·12문제」에 대한 접근방식에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고 있지만 『개혁은 필요하며 또 불가피한 것이기에 그냥 지나치거나 피해갈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하고 있다. 그는 또 『현재 김 대통령이 하고 있는 방법이 옳다』면서 『뒤에서 도와줘야 한다』고까지 주변에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개혁은 매끈하게 해야하며 너무 길어도 좋지 않다』고 덧붙이는 말에서 「12·12 문책」을 비롯,일련의 개혁조치를 바라보는 심경의 일단을 읽을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은 또 12·12사태의 재평가문제에 대해서도 『지금으로서는 판단할 수 없고 후세의 역사에 맡겨야 할 일』이라는 견해를 갖고 있다. 따라서 사건 당사자이기도 한 자신이 주위의 갖가지 해석에 대해서 『옳다』 『그르다』를 얘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12·12는 그 당시의 상황으로 인해서 필연적으로 생겨났다』는 말을 가끔 주변에 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측은 12·12사태 자체보다는 6·29선언 등 노 전 대통령이 5공 말기에 한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한 주변인사는 『노 전 대통령이 12·12에 깊숙이 개입한 것은 사실이지만 5공의 권위주의 통치에 맞물려 핵으로 움직인게 아니라 신 군부의 행보를 견제하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큰사건이 터지거나 정치적 위기가 닥쳤을 때마다 바른 길로 이끌려고 노력했고 그 결과가 바로 6·29선언』이라며 『권위주의 통치의 과오를 인정한 6·29선언을 국민이 받아들여 합법적 선거에 의해 6공이 탄생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12·12사태의 문제는 후세가 판단해야할 문제이지만 6공은 정통성을 가진 정부였고 또 노 전 대통령도 국민의 정당한 선택에 의해 뽑힌 대통령이라는 주장이다. 정치권 일부에서 『5공이나 6공이나 쿠데타에 의해 집권한 정권이므로 법적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대해 완곡해보이지만 정면으로 되받아치는 논리이다. 또다른 주변인사는 『같은 신 군부세력이기는 하지만 87년 대선에 의해 심판이 내려진 것 아니냐』며 『강물은 이미 흘러갔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측은 김 대통령이 12·12사태를 「하극상에 의한 군사쿠데타적 사건」이라고 한 것이나 관련인사들을 전역 조치한 것이 곧 노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 것 같다. 민자당내에서도 『12·12문제는 결국 노 전 대통령을 노린 것으로 새정부의 과거청산 작업중 하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노 전 대통령측은 『그것은 김 대통령의 생각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반박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을 잘 아는 한 민자당 의원은 『나라를 구한다는 뜻이 모여 그에 따라 민자당이 생겨나 현 정권의 모태가 된 것 아니냐』고 말해 우회적으로 새정부와 6공이 단절될 수 없음을 비쳤다.

물론 노 전 대통령측은 12·12사태에 관한한 보다 신중한 접근자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인사는 『6공도 5·18 문제에 대해서는 민화위를 통해 민주화운동으로 재규정하는 등 적극적 모습을 보였지만 12·12는 바로 전임 정권의 문제라는 점을 고려,직접 거론을 피했다』는 말로 현 상황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간접적으로 표시했다.<신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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