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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통화 5조규모/투기에 불붙일까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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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통화 5조규모/투기에 불붙일까 걱정

입력
1993.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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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금융등 비생산부문 배회/물가·부동산자극 「신경제」 위협/중기자금등 추가로 풀릴돈 많아 더울 불안『전국에 인화물질이 쫙 깔려있어 언제 불이 붙을지 모를 정도로 불안한 상태다』­. 한국은행 통계청 KDI(한국개발연구원) 등 거시지표를 작성하거나 예측조사하는 기관의 일부 실무자들이 최근의 과잉통화 상태를 놓고 내린 진단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성장이 대폭 둔화됐지만 통화공급은 오히려 확대돼 1년여 이상 장기간에 걸쳐 시중에 돈이 넘쳐나고 있는 상태인데 여기에 부동산이나 주식투기 또는 과소비에 불이 붙는 상황까지 겹치게 되면 물가는 걷잡을 수 없이 치솟으면서 우리 경제가 다시 곤두박질치는 위기상황이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지적이다. 관계 전문가들은 현재의 상황이 마치 주식투기와 부동산투기,이에 이은 과소비 열풍과 물가상승의 악순환이 동시에 나타났던 80년대말과 90년대초나,연간 30%에 육박하는 고물가에 시달렸던 70년대말 직전상황과 매우 흡사하다고 보고 있다.

다른 한편에선 현재의 통화공급 상태가 불이 붙을 만큼 우려할 만한 지경에 이르지 않았을 뿐더러 오히려 침체의 늪에 빠져있는 경기를 자극하는 윤활유 역할을 하고 있다는 주장도 없지는 않다.

현재의 과잉통화상태를 보는 눈은 이처럼 차이가 있지만 지금같은 상태가 『장기간 지속된다면』 우리 경제에 치유하기 힘든 엄청난 후유증을 남길 것이라는데는 공교롭게도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24일 관계당국의 추정에 따르면 3월말 현재 적정통화를 넘어선 과잉통화 규모는 4조5천억원대에 이르고 있다. 적정통화란 물가성장 국제수지 목표를 골고루 달성,경제가 균형있게 발전해 나가는데 필요한 돈의 양을 말하는 것으로 통상 ▲실질경제 성장률에 ▲GNP 디플레이터(국민경제 전체의 물가상승률… 소비자 물가상승률과 유사) ▲화폐의 유통속도 하락률을 더해 구해지는 총통화 증가율을 말하는 것이다. 이 증가율 목표범위내에서 한은은 통화를 공급한다.

지난 1∼3월중 실질 성장률에 GNP디플레이터를 더한 경상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7.9%)와 비슷한 7.5%(추정치),여기 유통속도 하락률 4% 내외를 더한 11.5%가 증가율 기준 적정통화 공급규모다. 그러나 실제 증가율은 3월말 현재 16.9%로 그 차이인 5.4%정도(총통화 기준으로는 4조5천억원)가 과잉공급된 셈이다. 4월말 현재로는 총통화 증가율이 17.9%에 달해 과잉통화 공급규모가 5조원대로 늘어났다. 덕분에 20일 현재 총통화는 사상 처음으로 1백조원을 돌파했지만 이중 5조원 정도가 쓸데없이 공급된 과잉통화가 된다.

통화가 과잉공급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초부터다. 지독한 경기침체로 성장률이 1분기 7.4%에서 매분기마다 5.9%,3.3%,2.8%로 떨어져 연간으로는 4.7%에 불과했으나 총통화 증가율은 18.4%를 유지,엄청난 규모의 과잉통화가 지난해 연중 계속해서 공급됐고 올들어서 그 규모가 더욱 확대된 것이다.

엄청난 규모로 초과 공급된 과잉통화가 그나마 생산부문으로 흐르질 않고 가계 금융기관 등 비생산적인 부문을 배회하면서 장마때 먹구름처럼 언제 어디로 투기의 소나기를 퍼부을지 모르는 불안한 상태가 1년째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우리경제가 과잉통화에 따른 홍역을 치른 것은 70년대 이후만도 크게 4번이나 된다. 70년대와 80년대에 각각 두번씩인데 매 10년대 말과 초에 나타났고 공교롭게도 90년대 초인 요즘에 그 주기가 어김없이 찾아올 기미를 보이고 있다.

89년 성장률이 6.8%(88년은 12.4%)로 떨어졌는데 총통화 증가율은 18.4%에 달한데 이어 4.4대책으로 90년에는 21.2%까지 치솟아 소비자 물가는 89년 5%에서 90년 9.4%,91년 9.3%까지 올랐다. 89년 전국 땅값은 31.97%까지 뛰었으며 주가는 종합지수 1천을 넘어서,전국을 과소비와 투기열풍으로 몰아넣었고 여기에 소외된 계층은 집장만에 절망,자살하는 사태까지 빚었었다. 집값이 두배 세배로 뛰었던 악몽 같았던 투기열풍의 시발은 슬금슬금 늘어나는 광잉통화를 안이하게 방치한데서 비롯됐었다. 하지만 현재의 과잉통화상태는 과거와는 질이 다르다는 주장도 있다. 우선 부동산값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제조업 가동률도 75%선에 불과해 초과수요가 발생해도 곧바로 물가상승으로 연결되지는 않으리라는 지적이다. 오히려 수요부족이 문제이므로 총통화를 20% 이상으로까지 확대,경기를 자극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기도 한다. 총수요확대 정책주의자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1년 가까이 돈을 풀어봤지만 경제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는 것만 봐도 우리경제의 문제가 돈 부족에 있는게 아니라 기업을 비롯한 실물분야에 장애가 생겼음이 분명하다는 지적도 있다.

더구나 신경제계획에 따른 중소기업 지원자금 등으로 2조4천억원이 추가로 풀리게 돼있는 등 앞으로 물가가 오를 요인은 산적해 있다. 물가가 오르면 임금도 들먹일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럴 경우 신경제 계획은 싹도 틔우기 전에 꺾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이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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