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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서툰 일 유학생 강도 오인 사살/미,살해범 “무죄평결”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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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서툰 일 유학생 강도 오인 사살/미,살해범 “무죄평결” 파문

입력
1993.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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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 가치관 차이 극명 표출/일선 “미 총기규제” 서명운동미 루이지애나주 배턴 루지법정의 배심원단은 24일 영어를 알아듣지 못한 일본인 유학생 하토리 요시히로군(복부강장 당시 16세)을 강도로 오인,총으로 쏴 숨지게 한 미국인 로드니 피어스씨(31)에 대해 무죄평결을 내렸다.

일본 언론은 「살인범 무죄방면」이란 제목으로 무죄평결을 비난하고 있지만 이번 평결은 미국과 동양의 문화차이가 얼마나 큰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지난해 10월17일 만성절을 앞당겨 열린 파티에 초대받은 일본인 하토리군은 파티장소인 친구집을 찾지 못하고 길을 헤메다 주소가 비슷한 피어스씨 집에 뛰어들었다.

하토리군이 머리위에 무엇인가를 휘두르며 뛰어오자 피어스씨는 문간에서 『Freeze!(꼼짝마라)』라고 외쳤지만 영어에 서투른 하토리군은 이를 「Please」로 잘못 알아듣고는 집안으로 들어서려 했다.

눈이 나쁜 하토리군은 이날 따라 콘택트렌즈를 착용치 않아 페어스씨가 겨눈 총을 보지 못했고 피어스씨는 불과 1.2m 앞에서 방아쇠를 당겼다.

하토리군이 턱시도 차림의 유학생이며 그가 머리위에서 휘두른 물건은 카메라였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그가 현장에서 즉사한뒤였다.

검찰은 피어스의 발포행위를 「착각에 의한 과잉방어」라며 살인혐의로 기소했지만 배심원단은 『적대적인 행동을 보인 하토리군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정당방위였다』는 변호인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하토리군의 죽음이 걸핏하면 총기를 사용하는 미국인들의 지나친 자기방어 관습 때문이라며 미국내 총기규제 강화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여 1백60만명의 서명을 받아내기도 했다.

이번 사건으로 일본에서는 외국여행시 꼭 필요한 영어회화는 익혀두자는 실용영어붐이 일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안녕을 위해 타인을 총으로 쏠 수도 있다는 미국사회의 가치관은 동양인들에게는 쉽사리 이해할 수 없는 의문부호로 남아있다.<원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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