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안주면 정부발주 공사등 못따내/기업·직원 살리려면 정기상납 불가피”이탈리아의 세계적 컴퓨터회사인 올리베티사의 데 베네데티회장은 최근 정치권력에 대한 거액의 뇌물제공 사실을 스스로 털어놓으면서 뇌물을 줄 수밖에 없는 이탈리아 부패구조의 전형을 낱낱이 공개했다.
그는 지난 18일 이른바 「깨끗한 손」 부패수사를 지휘하는 밀라노검찰에 찾아가 그동안 1백억리라(6백80만달러)를 정치인들에게 정기 상납했다고 자백했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기업인중 한명인 그는 또 언론과의 회견에서는 기업과 직원을 살리기 위해 정치권력의 뇌물제공 압력을 거부할 수 없었다고 말하고 자신은 거대한 정치부패구조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뇌물제공은 모두 자기가 직접 허가했으며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난다 해도 역시 뇌물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해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그가 공개한 정치와 기업의 검은 공생관계는 이렇다.
그가 87년 정당들의 뇌물제공 압력을 거부하자 올리베티사의 대 정부매출액은 20억리라가 줄었다. 이 회사는 정부가 발주한 통신사업을 거의 따내지 못했다. 다음해 10억리라의 뇌물이 건네지자 매출액은 1백배로 늘어났다.
뇌물이 없으면 외국이 발주한 사업에 참여하는 자격을 얻기도 어려웠다고 그는 말했다. 정당들은 처음에는 일반적인 정치헌금 정도만 요구했으나 곧 계약때마다 뇌물을 요구했고 이는 너무나 조직적이고 강력해서 도저히 거부할 수가 없었다고 베네데티 회장은 밝혔다.
이탈리아에서 이같은 기업과 정치권력의 공생은 국영기업인 ENI와 IRI는 물론 피아트자동차 등 거의 모든 유수기업 간부가 연루돼 구속되거나 조사를 받고 있다. 두명의 전 총리,장관,의원 등 정치인 1천여명도 마찬가지다.
베네데티의 자발적인 정치자금 제공 자백은 정치인과 기업인의 유착관계를 파헤치려는 밀라노검찰과의 흥정이라는 소문도 돌고있다. 그러나 어쨌든 구속된 많은 기업인들과 달리 그가 뇌물제공을 깨끗이 시인하고 비리구조를 털어놓음으로써 이탈리아의 「깨끗한 손」 수사는 더욱 활기를 찾게 됐다.<파리=한기봉특파원>파리=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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