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메르 루주파 방해속 20개 정당 참가/훈센 총리시아누크공 아들 대결 압축/누가 정권잡든 혼란은 있을듯20여년간의 피비린내나는 내전을 종식할 수 있을런지를 가늠할 역사적인 캄보디아 총선이 23일 시작된다.
유엔의 관장하에 오는 28일까지 6일간에 걸쳐 실시되는 이번 총선은 1백20명의 의원을 뽑는다.
하지만 총선에 불참한 크메르 루주측이 총공세를 펼치며 선거해방공작을 계속하고 있어 유엔의 계획대로 합법적인 새정권이 탄생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유엔 당국은 크메르 루주의 무력공격으로부터 정당한 투표행위를 방어하는데 사용하도록 총선에 참여하고 있는 현 훈센 정권 등 각 정파로부터 회수했던 무기를 되돌려주고 있다.
유엔평화유지군에게도 선거방해 공격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고 선거를 공정하게 치를 수 있도록 무기사용을 사실상 허용하는 등 모든 조치를 취해놓고 있다. 따라서 프놈펜 등 캄보디아 전역은 마치 폭풍 전야와 같이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시민들은 정파간의 무력충돌 사태에 대비,쌀과 식료품을 사재기하고 있고 상가는 거의 철시상태다. 거리에는 유엔평화유지군이 완전 무장한채 순찰활동을 강화하고 있으며 정부군 등 각 정파 소속 무장세력들이 삼엄한 경계를 펼치고 있다.
유엔 임시행정기구(UNTAC) 당국은 크메르 루주의 공격으로 다소 혼란과 진통을 겪게 되겠지만 그런대로 공정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속에서 등록유권자의 70∼80%가 투표에 참가,캄보디아 역사상 최초의 합법정권이 탄생될 수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그 근거는 크메르 루주의 선거행위 방해도 한계가 있고 유엔이 실시한 유권자 등록에 대상자의 95% 이상인 4백77만명이 참가했다는 사실을 들고 있다.
그러나 정치관측통들은 결코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번 선거방해의 주범은 크메르 루주로 지목되고 있으나 정파중 5만명이란 최대 병력과 행정조직을 장악하고 있는 훈센 정권이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선거과정에서 정적 살해·유권자 위협·투표함 탈취 등 폭력을 행사할 수도 있을 것이란 점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정파도 이번 선거의 흐름을 완벽하게 방해할 수 있는 역량은 없어 보인다.
이번 총선에는 훈센 총리가 이끄는 캄보디아 인민당(CCP),시아누크공의 아들 노로돔 라니리드공의 훈신펙(Funcinpec),손 산 전 총리의 불교자유민주당(BLDP) 등 20개 정당이 참가하고 있으나 대체로 훈센 총리와 라니리드공의 대결로 압축돼 있다.
캄보디아의 정치적 지주인 시아누크공은 표면적으로는 중립을 지키고 있는데 이번 선거기간중에는 현재 거처하고 있는 북경에서 캄보디아로 날아와 공정한 선거분위기 유도에 협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크메르 루주측은 선거 돌입직전 4개 정파로 구성된 거국정권을 세우자고 촉구한바 있는 시아누크공을 지지한다고 재확인했다. 정치분석가들은 크메르 루주가 전통적 지원세력인 중국과 태국으로부터도 외면당하고 유엔안보리의 총선 지지결의 등으로 갈수록 고립되고 있어 점점 선택의 폭이 줄어들고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크메르 루주는 선거후에도 저항을 계속,세를 과시하면서 시아누크공을 연결고리로 새 정권에 참여할 지분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누가 정권을 잡든 나머지 3개 정파는 선거의 공정성 시비를 빌미로 자신의 몫을 요구하고 나설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선거후에도 당분간 정파간의 무력충돌 등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은 유엔이 사상 처음으로 선거를 직접 관장하는 점에서 유엔의 평화유지능력을 가늠하는 시험대라는 역사적 의미도 지니고 있다.<싱가포르=최해운특파원>싱가포르=최해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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