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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 선후배의 얄궂은 해후/박철언의원과 홍준표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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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 선후배의 얄궂은 해후/박철언의원과 홍준표검사

입력
1993.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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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명 벗기는 것도 검사 임무중 하나”/박 의원/“어금니로 꽉문 이상 절대 안놓친다”/홍 검사「박 선배님」과 「홍 검사님」. 슬롯머신 대부 정덕진씨(53·구속)로부터 5억원을 받은 혐의로 조사를 받은 국민당 박철언의원(52·사시 8회)과 홍준표 수사 주임검사(38·사시 24회)가 서로를 부른 호칭이다.

「6공의 황태자」로 정무장관·체육청소년부장관·재선의원 등 경력이 화려한 박 의원은 72년 부산지검 검사로 임관한뒤 86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급)을 맡기까지 14년만에 검찰의 별인 검사장에 오르는 초고속 승진가도를 달렸다.

홍 검사는 8년의 짧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88년 외압에 의한 노량진 수산시장 인수비리사건을 맡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친형인 기환씨 등 관련자 10명을 구속한데 이어 91년 광주지검 검사시절에는 건설현장 등지에서 폭력을 휘두른 광주 PJ파 일당 32명을 구속한바 있다. 이 때문에 두사람의 「대결」 현장은 조훈현과 이창호의 바둑만큼이나 긴장감이 감돌 수 밖에 없었다.

박 의원은 철야조사에도 혐의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단지 홍성애씨(43·여)를 한번 만나 식사를 한 사실을 인정했을 뿐이다. 또 조서내용의 자구 하나 하나를 일일이 검토하며 잘못된 부분을 빠짐없이 바로 잡았다.

박 의원은 또 자진출두에 앞서 『검찰의 양심과 사법부의 존엄을 믿는다』며 예의를 갖춘뒤 『검찰이 죄있는 사람들을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고한 사람들의 누명을 풀어주는 인권옹호자로서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무죄를 강변했다.

홍 검사는 대선배인 박 의원이 특별조사실에 들어서기 직전 문앞에 나가 정중히 후배의 예를 갖췄고 박 의원의 항변을 묵묵히 경청했다.

그뒤 이제껏 확보된 정씨와 동생 덕일씨,홍여인 등의 진술을 토대로 차근차근 신문했으나 박 의원이 계속 부인,결국 덕일씨,홍여인 등과 대질신문까지 벌였다.

홍 검사는 조사내용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췌언」(쓸데없는 군더더기 말)이라고 박 의원의 진술을 표현한뒤 『어금니로 꽉문 이상 놓지 않을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검찰내부에선 『검찰출신 인사를 조사한다는 것이 결코 간단치 않다』면서 『혁명상황을 제외하곤 검찰 역사상 처음있는 일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아마도 검찰내부 인사가 피의자의 신분으로 조사받는 일이 없길 바라는 심정에서 일 것이다.<정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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