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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검찰사정」 지시 왜 나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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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검찰사정」 지시 왜 나왔나

입력
1993.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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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상징기관,수사 어떻게 하길래…”/축소·은폐·정치보복설 나돌자 진노김영삼대통령의 검찰에 대한 추상같은 「내부사정」 지시는 느닷없이 나온 것이 아니었다.

그럴만한 곡절과 배경이 있었다.

김 대통령은 지난 20일 슬롯머신사건과 동화은행 비자금사건의 검찰 수사에 어떤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김 대통령은 상오에 청와대에서 국무위원들과 조찬 간담회를 갖고 광주문제 해결을 위한 후속조치를 독려했다.

하오에는 임시국회가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모양좋게 폐회됐다.

새정부로서는 극히 중요한 두가지 사안이 계획대로 마무리된 시점이었다.

따라서 김 대통령으로서는 새국면의 전개를 위해서도 개혁의 상징처럼 된 사정활동,즉 검찰 수사의 성과를 기대할 무렵이었다.

김 대통령은 이에 앞서 며칠간 슬롯머신사건과 동화은행사건과 관련,『정덕진씨의 3백개 가명계좌를 추적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동화은행 안영모행장의 비자금 사용처 추적이 중간에 끊기곤 해 물증확보가 어렵다』는 보고를 받아왔다.

그러는 사이 시중에서는 이원조의원 돌연 출국에 따른 방조설,박철언의원측의 정치보복설이 나오고 있었다.

20일에는 정덕일씨가 검찰에 출두,「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으면서 검찰의 내부 비호세력을 감안한 축소·은폐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여러개의 여론동향 파악 채널을 갖고 있는 김 대통령이 이를 모를리 없없다. 「터닝포인트」가 된 것은 이날 하오 김 대통령이 법조인 출신의 한 장관으로부터 부처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통령은 이 장관이 법조인 출신이어서 「검찰조직」에 대해 잘 알 것으로 보고 검찰 수사에 대한 여론동향을 물었다고 한다.

김 대통령은 이어 저녁무렵 박관용 비서실장과 김영수 사정수석을 불러 검찰 수사상황을 점검하면서 불편한 심기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통령은 무엇보다도 검찰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기에 마치 박철언의원 1명을 잡기 위해 시작된 것처럼 비쳐지는가에 대해 분노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 결정적인 것은 이날 밤 김 대통령이 저녁 TV뉴스와 21일자 조간 가판을 보고난뒤였다고 측근들은 전한다. TV와 전신문이 일제히 슬롯머신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축소 종결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었다.

이때 언론을 잘 아는 김 대통령은 검찰 수사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다음날인 21일 상오 박 비서실장과 김 민정수석이 보고를 위해 본관에 갔을 때도 전날 하오 보고 때와 비슷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이어 청와대에서 열린 청소년 선도대책 보고대회가 시작되기 앞서 함께 참석한 법조인출신 장관은 김두희 법무장관에게 전날 감지한 대통령의 심기를 전달했다. 김 장관의 표정이 긴장됐음은 물론이다.

이때쯤 민자당사에서는 김덕룡 정무1장관이 기자들에게 원칙론임을 전제,검찰 내부사정 필요성을 밝히고 있었다. 김 장관도 이 법조출신 장관으로부터 얘기를 전해듣고 대통령의 뜻을 이미 알아차리고 있었던 것이다.

김 대통령은 청소년 선도대책 보고회의에서 검찰 수사를 질책하는듯한 어떤 특별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내내 굳었던 표정이 심중을 말해주고 있다. 김 대통령은 곧이어 있은 여성계 지도자 초청 오찬간담회에와 하오의 교정대상 수상자 접견 자리에서도 검찰 수사를 직접 나무라는 표현은 하지 않았다.

구체적 지시보다는 큰 원칙만을 제시하는 스타일대로 「성역없는 수사」만 강조했을 뿐이다. 그렇지만 저간의 사정으로 보아 그 말이 검찰 내부사정을 가리키는 것은 분명했다.

김 대통령은 22일 상오 민자당 총무단 등과의 조찬자리나 수석회의를 주재할 때 상당히 밝은 표정이었다고 한다. 검찰의 내부 비호세력에 대한 수사착수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렇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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