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예산 빼돌려 착복한 의혹/11월 총선때 집권당 몰락예고카를로스 안드레스 페레스(70)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공금유용혐의로 끝내 법의 심판대에 서게 됐다. 베네수엘라 대법원은 20일(현지시간) 페레스 대통령을 재판에 회부키로 결정함으로써 그는 이 나라 35년 민정사상 처음으로 재임중 법정에 서는 대통령이 됐다.
베네수엘라 검찰은 지난 3월 페레스 대통령과 전 내무장관,대통령 비서실장 등 3명을 횡령 및 공금유용혐의로 기소했다. 페레스 대통령은 지난 89년 국방부 특별안보예산으로 책정된 2억5천만 볼리바르를 평가절하 직전 미국돈 1천7백만달러로 바꾼 다음 이를 외환시장에서 되팔아 1천만달러(8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대법원의 결정에 따라 브라질 상원은 헌법이 정한대로 페레스 대통령에 대한 재판 찬반여부를 22일 표결에 부친다. 여기서 가결이 되면 페레스 대통령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정직상태에 놓이며 하원이 임시 대통령을 뽑을 때까지 상원의장이 대통령직을 대리한다. 반대로 나오면 기소 자체가 취하되지만 야당이 상원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이변은 기대하기 힘들다.
페레스 대통령은 53년간 정치에 몸담고 있으면서 지난 74∼79년 대통령을 지낸데 이어 88년 다시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페레스가 처음 대통령을 맡았던 당시 이 나라는 세계 제2의 대미 석유수출국으로 석유달러를 갈고리로 긁다시피 벌어들였고 정치도 안정돼 다른 남미국가들과 달리 탄탄한 민주국가로 인정받았다. 페레스의 재선은 국민들이 그러한 부흥과 안정을 다시한번 기대한 결과였으나 석유경기가 가라앉으면서 정치·경제가 불안해져 과격시위가 잇따르고 지난해 2월과 11월 두차례에 걸쳐 쿠데타 시도가 있었다.
두번이나 대통령이 되고 두번의 쿠데타에도 살아남을만큼 운좋던 페레스는 정치부패로 제 무릎을 스스로 꺾게 됐다.
그와 함께 집권 민주행동당도 내리막길에 들어섰다. 최근 여론조사는 민주행동당이 오는 11월 총선에서 지난 25년간 쥐고 있던 정권을 잃게 될 것을 예고하고 있다.
페레스의 운명은 같은 남미 브라질의 페르난두 콜로르 전 대통령이 앞서 걸어간 길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한때 국민의 스타였던 콜로르 전 대통령은 수백만달러의 공금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해 가을 의회에서 탄핵당한뒤 12월30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페레스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기 3일전 17일에는 이웃나라 코스타리카의 알베르토 몽헤 알바레스 전 대통령도 집권 당시 3백만달러(24억원)의 공금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정에 세웠다. 페레스 대통령의 앞날을 예고하는 듯하다.<오미환기자>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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