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단계서 “물증 미확보” 후퇴/수뇌부 교감·외압여부에 관심안영모 동화은행장(67·구속) 거액 불법대출 및 불법 비자금조성 사건수사가 갑자기 시들해져 세간의 의혹이 집중되고 있다. 6공 실세 정치인들이 대거 수뢰혐의자로 거명돼 한때 정가에 사정한파를 몰아왔던 이 사건은 한달여동안 뜨겁게 진전되다 혐의자인 국회의원 소환단계에서 수사원칙론이 대두돼 주춤하는 상황이다.
이 사건을 수사해온 대검 중수부는 임시국회 폐회때까지 언론에 보도자제까지 요청하고 그동안 물증확보에 열중해왔다. 임시국회 폐회와 동시에 현직 의원을 소환한다는 전제에서였다.
그러나 20일 태도가 바뀌어 「선 물증확보후 소환」 원칙을 내세우며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어 그 배경에 대한 추측이 무성한 것.
안 행장의 거액 불법대출 및 불법비자금조성 사건을 수사중인 대검 중수부 김태정부장은 21일 『확보된 물증이 없어 민자당 김종인의원(53·전국구) 소환시기를 언제라고 특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안 행장으로부터 진술은 이미 확보했지만 수표추적 등을 통한 구체적 물증이 없어 소환하기는 이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 행장으로부터 2억여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가 진행되던 민자당 이원조의원(60·전국구)이 돌연 출국한 18일 하오까지만 하더라도 검찰은 『이제 남은 것은 소환시기를 결정하는 일뿐』이라며 자신감을 거듭 과시했었다.
때문에 대검 중수부가 불과 48시간도 안돼 당초 입장서 크게 후퇴,물증확보가 없는한 관련자 소환조사는 불가능하다는 원칙을 앞세우는 것은 의문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우선 검찰 주변에선 대검 중수부의 「선 물증확보후 관련자 소환」 방침이 검찰 수뇌부와의 교감을 거친 것인지 여부와 교감을 거쳤다면 수사원칙에 부합되는지에 관심이 집중돼 있다.
현재까지의 수사전개 과정을 종합해볼 때 검찰 수뇌부와 김 중수부장은 「선 물증확보」가 「정치보복」이라는 오해를 벗어날 수 있는 최선책이라는데 뜻을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선 물증확보」가 충족되지 않는한 관련자 소환조사는 정말 불가능한 것일까.
뇌물사건은 당사자의 자백이 있는한 물증확보는 공소유지에 필요한 것일뿐 관련자 소환의 전제조건은 아니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즉 김 의원 등 정치인과 전직 고위 경제관료들에게 거액의 뇌물을 줬다는 안 행장의 진술이 확보돼 있고 여기에 정황증거까지 있다면 돈을 받은 혐의자들을 우선 소환,조사한 다음 구체적인 물증을 확보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뇌물수사 방식이라는 것이다.
검찰의 돌연한 방침변경에 대한 또다른 의문은 외압여부.
검찰 일각에선 김영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20일 『검찰에서 김 의원에 대한 물증을 찾지 못해 소환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을 탐탁치 않은 소견피력으로 여기고 있다.
수사가 진행중인 사안에 대해 의견을 밝힌 것은 수사 실무자들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검찰 수뇌부는 동화은행 비자금 수사를 통해 정관재계로 이어지는 「검은 돈」의 실체를 파헤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안 행장의 진술을 토대로 주요 수사대상자로 분류된 민자당 김·이 의원과 이용만 전 재무장관 3명중 이 의원과 이 전 재무장관이 이미 「도피성」 출국을 해버려 대검 중수부는 현재 국내에 머물고 있는 김 의원의 조기소환 여부과 선 물증확보 방침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장현규기자>장현규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