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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의 사정」 철저히 하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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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의 사정」 철저히 하라(사설)

입력
1993.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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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검찰 수사를 지켜보노라면 일이 참 난감하게 꼬여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슬롯머신사건 수사에서는 배후수사를 박철언·엄삼탁씨 수준에서 끝내고,여론이 비등한 검찰 내부 비호세력 존재설에 대해서는 수사를 회피하려는가 하면,구속중인 피의자 일당과 흥정을 벌인듯한 인상마저 풍겨 갖가지 의혹과 비난을 사고 있다.

동화은행 비자금 수사에서 검찰은 이원조·김종인의원과 이용만 전 재무장관에 대한 뇌물제공 사실을 흘리면서 물증확보에 자신감을 표해왔고,임시국회가 끝나는대로 조치할 것임을 다짐해왔다. 그런데 결과는 어떤가. 방조의혹속에 이 의원은 출국했고 방조의혹 및 형평성 일탈의 비난여론이 거세게 일자 김 의원을 곧 소환한다던 다짐을 쉽사리 뒤집었다. 물증이 확보되지 않은데다 이 의원과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면서 사법처리의 연기 및 포기가능성마저 비쳤다. 또한 김영수 청와대 민정수석마저 이례적으로 수사중인 사건에 언급,물증이 없는한 김 의원을 소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니 국민들로서는 도대체 그 영문을 헤아리기가 어려운 것이다.

총체적 비리척결의 표본이라 할 이들 사건수사가 이처럼 마구 흔들리고 춤을 춰도 되는 것인지 당국에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같은 중대한 시행착오와 수사상의 흠결이 초래할 수 있는 엄청난 위험도 경고하지 않을 수가 없다.

중단없는 부정부패 척결은 새 시대의 거역할 수 없는 개혁의지이며,국민적 합의이기도 하다. 그래서 김영삼대통령도 사정의 사정과 성역없는 수사를 누누이 강조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의 사정의지나 국민적 기대와는 달리 개혁초기의 몇몇 비리척결 수사에서부터 옛 버릇이 되살아나고 혼선을 거듭하면 결과는 어떻게 되는가. 기대가 실망으로,환호가 불신으로 바뀌면서 오랜만에 불붙은 개혁의지와 시대정신마저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이러한 위기국면을 감지한 탓인지 청와대측은 어제도 성역없고 의혹은 철저수사를 거듭 지시했다고 한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으면 검찰을 비롯한 사정기관 스스로의 분발과 거듭나려는 각오가 새삼 강조되어야 할 때이다. 제살을 베는 아픔과 여러 정치적인 고충들을 짐작못할바는 아니나 사정기관으로서의 설 땅을 자칫 잃게 될 수도 있는 위기상황임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통치권과 국가권력의 수임을 받아 법에 따라 검찰권과 사정권을 행사하는 기관들이 주권자인 국민이나 대통령의 눈밖에 난다면 그 때에 할 수 있는 일이란 결국 사정의 사정과 물갈이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통치권 차원에서도 오늘날 빚어지고 있는 혼선에 대해 책임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미 누누이 성역없는 수사지시를 했는데도 이행에 계속 차질을 보일 때는 사정의 사정을 약속대로 실천하고,특별검사제도를 활용해서라도 일사불란한 사정의지와 사정체계를 유지시키며,그럼으로써 순도높은 개혁의지를 계속 타오르게 할 막중한 책임이 있는 것이다.

검찰 등 사정기관의 분발과 함께 통치권 차원의 흐트러짐없는 개혁실천을 거듭 강조해두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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