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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담아 들어야 할 비판(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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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담아 들어야 할 비판(사설)

입력
1993.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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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문제에 관해 우리가 고려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은 극히 제한돼 있다. 핵확산금지조약이라는 범세계적인 공약도 공약이지만,우리 자신 핵을 접어두고 북한과의 관계개선이나 교류를 생각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그런 뜻에서 20일 정부가 북측에 보낸 고위급회담 대표접촉 제의가 적절치 못했다는 비판은 귀담아 둘 필요가 있다. 우선 핵확산금지조약 탈퇴선언이후 북측의 태도에는 공식적 변화가 없다. 그 반면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필요하면』이라는 전제를 달아 구체적인 제재조치 카드를 내놓고 있다.

그 성과는 아무도 단정할 수 없는 것이긴 하나 미국과 북측의 소위 「고위회담」이 국제사회의 대응방향과 수준을 결정할 것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북한 영변의 2개 핵시설에 대한 특별사찰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도 미·북 회담을 의식한 「체면살려주기」인 것 같다. IAEA는 북의 플루토늄 추출을 검증할 수 있는 샘플채취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팽팽하게 맞서있는 이런 상태에서 우리가 국제사회의 대응노력과는 별도로 대북 회담을 제의하는 것은 적절치 못했다는 비판과 우려는 충분히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설혹 남북 고위급회담 대표접촉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우리측의 행동반경은 신중하게 계산된 범위를 벗어나서는 안될 것이다. 경제협력을 논의하고 준비하는 것은 바람직스런 일이지만,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은채 경제협력의 실질적인 진전은 있을 수가 없다.

그러나 우리는 남북합의서와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을 북한이 재확인하도록 요구할 권리가 있다. 북측이 이 사실을 재확인한다면 핵문제의 해결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 뜻에서 우리측의 접촉제의는 바람직스런 일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접촉제의는 안전보장이사회가 「추가조치」를 내놓기전에 해결책을 찾으려는 국제사회의 대응노력에 긍정적인 보탬이 될 것이다. 또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남북접촉이 운영돼야 할 것이다.

핵카드를 휘두르고 있는 북측의 진의가 어디에 있건 이 문제는 남북한 당사자가 이의 합의로 해결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북측에 알려야 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나 고위회담에 임하는 미국측과도 이러한 원칙에 따라 입장의 조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미국과 고위회담을 갖고,동시에 남북 접촉을 시도하는 것 같은 북의 양다리 작전이 노리는 술수를 경계한다. 가능한 통로를 충분히 열어놓는 것은 좋고,또 바람직스럽다. 그러나 궁극적인 해결통로는 남북한이 도장을 찍은 「비핵화선언」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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