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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타협 의회문화” 새지평/문민시대 첫 국회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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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타협 의회문화” 새지평/문민시대 첫 국회 결산

입력
1993.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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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밑받침 제도화 성과/과거사 재평가 시도 의욕/비리사정 한파속 「일하는 의원상」 과시20일 폐회된 제1백61회 임시국회는 문민정부 출범에 따른 특징적 현상들을 보여주었다.

우선 동화은행사건의 와중에서 국회가 열렸다는 점에서 그러했다. 이어 회기중에는 정덕진씨의 슬롯머신사건이 터져 국회의원들을 눈에 띄게 위축시켰다. 그리고 회기말에 이르자 결국 박철언 김종인의원의 검찰 소환,이원조의원의 해외도피로 이어졌다. 이번 국회는 회기내내 정치권 비리의 한파가 잠복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 와중에서도 국회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등 주요법안을 처리했고,12·12사태를 중심으로 과거청산 문제를 다시 쟁점화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인 점이 돋보인다.

이번 국회는 새정부 구성이후 처음 열린 국회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었다. 역대정권과 뿌리와 성격이 다르다고 자처하는 김영삼정권의 국회 운영방식과,이를 상대할 야당의 원내 형태가 기본적인 관심대상이었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국회가 위축된 가운데서도 생산성의 모습을 과시했다는 점을 평가해줄만하다.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것은 대표적 예로 꼽을만하다. 새정부의 개혁적 조치들이 법과 제도의 뒷받침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는 점에 비추어보면 특히 그렇다. 청와대 주도의 개혁을 둘러싸고 일었던 여야간,혹은 여권 내부의 개혁논쟁에 대해 부분적이나마 국회가 뒷정리를 해준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법안 협상과정에서 여야가 보여준 타협과 인내의 자세들은 소모적 정쟁으로 일관해온 기존 정치의 체질개선을 위해 전범으로 삼을만한 것이었다.

이번에 처리된 또 하나의 주요법안은 기업활동 규제완화법이다. 이 법안은 중소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각종 제한과 규제들을 풀어주자는 취지로 개혁적 흐름의 소산이랄 수 있다. 이 역시 개혁에 있어서 국회의 존재를 부각시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국회가 남긴 더욱 강한 인상은 과거사의 재평가 시도 및 김영삼정부의 성격규정에 관한 논쟁이었다. 비록 부결되긴 했지만 황인성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이 정식 발의될 수 있었던 상황은 이 논쟁의 열기를 반영하는 것이었다. 야당은 과거에도 각료나 총리해임 건의안 공세를 취한 적이 많았지만 발의정족수를 갖추기가 쉽지 않았다. 이번의 경우 민주당은 국민당·신정당·무소속의 협력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는데,이는 이례적인 일이다.

이 논쟁은 그러나 민주당과 청와대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민주당은 황 총리를 상대로 12·12사태의 불법성 여부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황 총리의 실언을 유도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는 청와대가 12·12사태를 「하극상에 의한 군사쿠데타적」 사건이라고 규정하기까지 이르렀다. 민주당의 공세로 청와대는 잠시 곤혹스러운 입장인듯 했지만,예상을 넘는 적극적인 역사해석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현 정부가 전 정권의 성격을 이처럼 과감하게 정의한 것은 기록적인 일로 평가될 수 있을 것 같다.

이 문제에 관한 정부의 적극성은 문민정부가 갖는 자신감을 반영한 것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촉발된 광주민주화운동 문제는 여야간에 현격한 입장차이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김종필대표의 발언을 계기로 논쟁은 5·16으로까지 번지기도 했다. 민주당이 이런 문제들을 쟁점화시킨 것은 정치공세에서 비롯되었지만 결과적으로는 현대사 재평가작업을 정치권이 주도적으로 이끌어내게 됐다.

민주당은 여기서 더 나아가 6공 특위 광주특위 경제개혁특위 등 4개 특위 구성결의안을 제출하는 등 후속공세에 나설 뜻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공방을 지속시킬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번 국회에서 여야 의원들의 의정행태는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각 상임위나 본회의에서 고함이나 야유같은 저질행태가 자취를 감추었다. 의사진행 발언 등 정상절차를 동원한 논쟁방식이 더 두드러졌다. 물론 이는 의원비리설 등으로 인한 분위기탓도 있었겠지만 국회운영의 모습도 달라져야 한다는 묵시적 공감대가 국회 주변에 생기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하고 있다. 또한 의원들의 질문수위나 내용에서 여당과 야당의 차이도 과거와는 달랐다. 여당측의 일방적·맹목적인 「행정부 감싸기」도 자취를 감추는 경향이었다.

새정권에 맞선 야당의 원내 전략은 유연하고 기민했다. 이에 비해 일부 장관들의 답변내용이나 태도는 구태의연했다는 지적이 높다.

상임위 가운데 법사 내무 국방 교육위는 높은 긴장도를 유지했으며,방송개발원 부지매입 부정,한보의 개포 3지구 개발특혜 의혹 등은 정부측의 시인을 얻는 성과를 기록하기도 했다.<조재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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