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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문제 독자적 해결의지/남북대화 제의 배경·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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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문제 독자적 해결의지/남북대화 제의 배경·전망

입력
1993.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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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도 접촉의사… 성사가능성 낙관/경제협력등 의제 조정엔 진통 예상정부는 20일 남북한 고위급회담 대표접촉을 북한측에 전격 제의함으로써 그동안 국제적 공조체제 유지에 주력하던 우리측이 처음으로 북한 핵문제의 직접 당사자로서 독자적인 해결노력을 엿보이기 시작했다.

북한측이 접촉제의를 받아들일 경우 지난 1월25일 핵통제위원회 접촉이후 4개월여동안 전면 중단됐던 남북대화가 새정부 출범후 처음으로 재기되는 셈이다.

북한측의 회답은 빠르면 2∼3일내에 판문점 연락관 접촉을 통해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측은 그동안 북한의 대남성명·담화 등에 나타난 태도로 미루어 볼때 일단 대표접촉의 성사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이번 대북제의에서 우리측이 강조하고 있는 것은 회담제의 결정이 「주체적·독자적 판단에 기인하고 있다」는 점과 회담의 목적이 핵문제 해결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북한 핵문제가 기본적으로 미국과 국제기구 등이 모두 관련된 「국제문제」라는 기본 원칙하에 독자적인 대북제의를 자제해왔다.

그러나 지난 11일 채택된 유엔안보리 1차 결의안이 「모든 회원국들이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을 경주할 것」(제4항)을 강조한 이후 우리측은 독자적인 대북협상 제의를 준비해왔다. 더욱이 미·북한 고위급회담이 임박해 있고 지난 17일 북한측이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담화를 통해 당국자 대화에 응할 의사를 표시,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독자적 「채널」 형성에 나서게 된 것이다.

대표급 접촉에서 남북한은 우선 고위급회담의 의제를 놓고 줄다리기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북측 수석대표 강산성 정무원 총리 앞으로 보낸 서신은 「핵문제 해결 및 이에 수반되는 그밖의 남북 현안문제를 토의할 것」을 제의하고 있다. 즉 핵문제 해결이 최우선이고 경제협력과 이산가족 재회 등은 핵문제 해결과 「연계된」 부수의제라는 것이 기본입장이다.

반면 북한측은 「핵문제는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어 고위급회담 자체의 성사를 위해서는 상호의제 조정 등 상당한 진통이 수반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국제원자력기구(IAEA) 특별사찰 및 남북한 상호 핵사찰 수용 등 3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됐을 때 핵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고 그 단계마다 경협 등 유화책을 내놓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양국은 이미 ▲북한에 대해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지 않는다는 선언(NSA) ▲미군기지 개방 ▲미·북한관계 진전 ▲팀스피리트훈련 조정 ▲대북 경제협력 등 5가지 유도책을 마련해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중 대북 경제협력 등 한국이 독자적으로 내놓을 수 있는 협상수단(Ieverage)을 남북대화에서 적절히 속도를 조절해가며 제시,고위층 회담을 성사시킨후 3개 공동위 및 핵통제공동위원회를 순차적으로 확대 개최하는 방법으로 창구를 넓혀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측이 회담형태를 고위급회담으로 정한 것은 핵문제와 이같은 유화책을 종합적으로 연계시키기 위한 것이다.

단 대북협상에서 유화책을 내놓은 「완급문제」는 앞으로 정부내에서도 적지않은 논란을 빚을 것 같다. 북한이 지난 3월12일 NPT 탈퇴를 선언한 이후 지금까지 핵무기 보유에 대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정책(NCND)을 견지해와 입은 손해보다는 얻은 것이 훨씬 많다는 점에서 앞으로 상호 핵사찰 문제 등이 제기될 때 새로운 요구를 또다시 들고나올 것이라는 우려가 정부 일각에서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또 북한측이 범민련 등을 통한 「비당국자회담」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도 남북간 이견의 소지중 하나이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20일 『남북관계는 책임있는 당국자간에 대화를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는 기존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반면 북한측은 지난 17일 조평통 담화에서도 각계 인사·단체 대표와의 쌍무적·다무적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다무적 대화」는 비당국자간의 대화를 뜻한다.

어쨌든 벽에 부딪친 남북관계는 당사자간 회담을 통해 진전을 맞을 수 있는 실낱같은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 셈이다.

정부측은 『남북 현안문제에 대해 문민정부의 새로운 시각을 나타내게 될 것』이라고 강한 의욕을 엿보이고 있다. 이같은 의욕이 이날의 첫번째 대화 제의에서 결과를 얻어낼지는 매우 불투명하다.<유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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