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것은 재산공개를 제도화하는 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매우 크다. 문민정부 출범후 처음 소집된 이번 국회가 거둔 최대의 값진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로써 공직자윤리법은 공직자의 재산상황을 형식적으로 등록케한후 사장시키는 「죽은 법」이 아니라 실사하고 불법과 하자가 있을 경우 징계·처벌하는 「살아있는 법」으로 탈바꿈되었다. 장차 깨끗한 공직사회,특히 깨끗한 정치풍토 조성에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원래 재산공개는 깨끗하고 정의로운 공직풍토를 이룩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이지만,현실적으로 효율을 극대화하도록 운영하는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는게 사실이다. 국민의 심부름꾼이기에 깨끗한 몸가짐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대의에도 불구하고 개인적 비밀사항까지를 완전 공개한다는 점에서 누구든 달가워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또한 어느 수준의 공직자까지만 공개한다는 것이 과연 적정한가하는 점,그리고 정확한 실사검증이 한국적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는 것도 난점으로 지적된다. 특히나 지난번 「자진」이란 이름아래 초법적으로 실시했을 때 드러났듯이 국민의 지대한 관심과 환영에도 불구하고 투서와 모함 등 악용의 역기능이 언제나 도사리고 있는 점도 그렇다.
그런면에서 이번 개정법에서 공개의무 공직자를 1급이상으로 하되 일정급 이상의 법관과 검사장,군 중장이상 및 지방의회 의원을 포함시키고 4급이상 등록의무자에 민원부서 공무원들을 추가시킨 것,재산가액의 산정기준을 설정한 것,각 기관에 구성되는 윤리위에 외부의 덕망있는 인사 등을 참여케 한 것 등은 주목할만하다. 특히 등록 및 공개된 재산형성에 문제가 있을 경우 국회의원은 출석정지와 서명,공무원은 파면 해임 정직조치와 아울러 형사적 처벌을 받게 한 것은 적벌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새 윤리법만으로 완벽한 재산공개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인가에는 의문이 남는다. 제도는 선진국형이지만 운용면에서 미비점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첫째 금융실명제가 아직도 실시되지 않고 있고 과·징세체계가 과학화되지 않고 있으며 둘째 그나마 행정부를 제외하고는 입법부 사법부 등 각 기관에 실사 전문요원이 거의 없다시피한 형편이고 셋째 모든 자료를 갖고 있는 건설부와 국세청 등 정부측이 타기관의 각종 자료요청에 얼마만큼 성실하게 협조지원하는가도 숙제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즉 3만여명에 달하는 등록의무자와 근 7천여명의 공개의무자의 재산에 대해 취득의 적법 및 과세여부 등을 가리고 감시한다는 것은 참으로 지탄한 일인 것이다. 더구나 국회의 경우 윤리위에 외부인사가 참여한다해도 불법취득 의원을 놓고 여야가 정치적으로 대립했을 때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도 큰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법시행에는 많은 어려움과 문제점이 예상된다. 오는 가을 개정윤리법에 의한 공직자의 재산심판을 통해서는 더욱 본격적인 재산공개 파동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힘든 과정을 거쳐 얻은 값진 제도인 만큼 국민적 합의로써 제도를 발전·정착시키는데 있는 지혜와 노력을 다해야 한다. 공직자들은 과거의 부정축재 행위는 물론 공직을 이용하여 부정한 재산을 취득하고는 재산과 자리와 영예의 어떤 것도 무사할 수 없다는 인식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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