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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혐의자 「해외줄행랑」 새국면/동화은 뇌물사건 수사 “주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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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혐의자 「해외줄행랑」 새국면/동화은 뇌물사건 수사 “주춤”

입력
1993.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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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증 매달려 “신병확보 소홀”/강제귀국 조치 실현성 희박/검찰,매듭단계서 사법 형평성 싸고 고심뿌리깊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는 검찰의 의지에서 시작됐던 동화은행 안영모행장(67)의 거액 불법대출 및 불법 비자금 조성사건이 본격적인 확인수사 단계에서 제동이 걸렸다. 검찰이 안 행장의 진술과 은행관계자,기업체 대표 등의 진술,가명계좌 추적작업 등을 통해 상당한 증거를 미리 확보,수뢰혐의자를 소환해 확인하는 수사만 남겨놓은 상태에서 주요 혐의자인 전직 각료와 여당 중진의원 등 2명이 해외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사건은 예기치 않은 장애물에 걸려 종결까지 몇고비를 넘어야 할 것 같다. 지난달 23일 안 행장 구속으로 시작된 이 사건의 수사향방과 파장을 알아본다.

안 행장의 불법대출 및 비자금 조성사건을 수사중인 대검 중수부는 민자당 이원조의원(60·전국구)과 김종인의원(53·전국구),이용만 전 재무부장관(60) 등 3명이 안 행장으로부터 모두 15억여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잡고 구체적 물증이 확보되면 임시국회가 끝난뒤인 24일부터 차례로 소환,조사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이 의원과 이 전 재무장관은 자신들에게 검찰 수사망이 좁혀지자 이미 3월31일과 지난 18일 각각 출국해 버렸다.

외국에 체류중인 이 의원과 이 전 재무장관이 자발적으로 귀국하지 않는 이상 검찰이 이들 두사람을 소환,조사하는 것은 당분간 불가능한 일이다.

물론 여권 무효화조치를 통해 강제 귀국시키는 방법이 없진 않지만 이 의원과 이 전 재무장관이 소재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당사국의 적극적의 협조가 있어야만 가능할 일이어서 실현성이 희박하다.

따라서 검찰은 일단 지금까지 확보된 안 행장의 진술내용과 보강증거를 토대로 관련자들에 대한 본격 수사를 벌일 방침이다.

즉 검찰은 지난 한달여간의 「물밑수사」를 통해 드러난 혐의내용만으로도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가능하다고 판단,우선 국내에 있는 김 의원을 소환조사하고 외국으로 빠져나간 이 의원과 이 전 재무장관은 지명수배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당초 이 의원과 김 의원이 국회 회기중에 여론의 비난을 무릅쓰고 「도피성 출국」을 강행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국회 회기가 끝나는 20일이후 필요하면 출국금지조치와 함께 소환시기를 확정할 방침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거액의 로비자금을 이 의원 등 3명에게 건네주었다는 진술을 안 행장으로부터 일찌감치 받아낸 검찰은 수표추적 등 구체적인 물증을 확보하는데 수사력을 집중시켜왔다.

때문에 수사팀이 물증확보에만 매달린 결과 정작 중요한 신병확보에 소홀했다는 비난이 없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어려운 고비를 여러번 넘겨 이제 윤곽이 드러나는 단계에서 돌출변수가 생겼다』고 당혹감을 표시하며 『그러나 일단 증거가 확보된 이상 외국으로 달아나더라도 검찰 수사망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 수사과정에서 수뢰혐의가 드러난 3명중 2명이 외국이 도피하고 김 의원 한명만 남은 상황에서 검찰의 가장 큰 고민은 향후 수사의 대상과 범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하는 것이다.

검찰 수뇌부는 이번 수사를 통해 정경유착에 대한 검찰의 사정의지를 재확인시키고 권력형 비리수사의 전기를 마련하려 했지만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3명중 2명이 외국으로 나가버려 일부 궤도수정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검찰은 현재 김 의원 외에도 안 행장으로부터 비자금을 건네받은 혐의가 드러난 전직 고위 경제관료와 전 청와대 관계자 등 4∼5명에 대해 수사를 확대할 것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구속된 안 행장으로부터 이·김 의원과 이 전 재무장관 등 3명외에도 돈을 건네준 사람이 더 있다는 진술을 이미 받아놓은 상태여서 수사확대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수사 당사자들은 구체적 물증을 확보해 놓지 않은 상태에서 수사대상만 확대하는 것은 오히려 혼선을 초래할 뿐이라고 수사상 어려움도 호소하고 있다.

사실 검찰이 사정수사의 첫 작품으로 시작한 안 행장수사는 초기부터 과거 공공연한 비밀로 치부돼온 정·재계 결탁비리를 얼마나 밝혀내느냐에 관심이 모아졌다.

검찰은 수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안 행장의 비자금 조성경위와 비자금 유출경로를 각각 전담하는 2개의 수사팀을 별도 운영하고 언론에 보도자제까지 요청하는 등 정성을 다해 수사를 해왔다.

대검 중수부 2과(황성진 부장검사)는 안 행장에게 대출커미션을 건네준 D사 등 10여개 회사를 집중 조사했으며 비자금 유출경로 수사를 맡은 함승희검사는 수표추적을 통해 구체적 증거확보에 나섰던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안 행장과 이 의원 등 수사대상자들이 뇌물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10단계 이상의 돈세탁(Money Laundering) 과정을 거쳐 물증확보에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정치권과 금융계를 한달 가까이 긴장시켜온 안 행장 비자금 수사가 관련자 소환과 사법처리 등을 통해 무난히 마무리될지가 궁금하다.<장현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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