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당의 이원조의원이 18일 몰래 출국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그는 동화은행 설립과 관련,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이번 임시국회 회기가 끝나면 검찰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기로 되어 있던 사람이다. 뿐만 아니라 5·6공 시절 금융황제로 이름을 날렸던 장본인이고 정치자금의 돈줄로도 이미 정평이 난지 오래이다. 그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작년 대통령선거 때에도 정치자금 모금에 기여한 것으로 소문나 있다. 그를 제대로 조사하면 경제계의 비리는 물론 정치자금에 관한 비밀이 드러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혁과 청산의 대상으로 떠올랐지만 용케도 그 때마다 위기를 넘기는 비상한 재주를 과시하던 사람이었다.그처럼 말도 많던 문제의 이 의원이 돌연 출국했으니 말썽이 안될 수 없다.
그가 소속해있는 민자당이나 국회에 신고도 않고,또 이미 소지하고 있는 관용여권 대신 일반여권을 발급받아 의원 신분을 감추고 나간 것으로 보아 비밀리에 치밀하게 사전계획된 해외도피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나라 전체가 개혁의 몸부림으로 진땀을 흘리고 있는 마당에 국회의원이라는 공인으로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공인으로서의 자세는 고사하고 한 인간으로서의 양심과 도덕성에 스스로 먹칠을 하는 한심한 모습이다. 이 의원 이외에도 특하면 여론의 눈총을 피해 해외로 도피하는 지도급 인사들을 우리는 많이 보아왔다.
이 의원과 같은 수뢰혐의를 받고 있는 이용만 전 재무장관도 지난 3월 출국해서 돌아오지 않고 있고 지난번 재산공개 과정에서 물의를 빚고 민자당을 탈당했던 의원들중에도 회기중의 국회를 외면하고 해외에 나가있는 사람들이 있다.
비리수사로 궁지에 몰리거나 여론의 화살을 맞게될 때 이를 피하기 위해 해외도피를 하는 경우는 과거에도 여러차례 있었다. 그런 좋지못한 사례가 불행하게도 이제 관례가 되다시피 한 것이다.
자신이 공인으로 한 일을 솔직히 밝히는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몰래 도망치는 비겁한 행위에 국민은 분노와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이번 이 의원의 도피와 관련해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가 또 있다. 정부 당국이 이 의원의 출국을 방조하거나 묵인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이다.
박철언의원의 경우는 이미 출국정지조치를 했는데 왜 이 의원에게는 같은 사전조치를 취하지 않았느냐는 의문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민자당 「돈줄」로서 정치자금을 마련하는데 적지않은 공헌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장본인이라 그가 조사를 받아 내막과 진상이 밝혀질 경우 새정부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추측도 있기 때문이다. 무언가 석연치 않다는 말들이 파다하게 퍼지고 있다.
정부 당국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해명해야 할 것이다. 이 의원을 설득해서 하루속히 귀가시켜 조사를 받게하는 것도 의혹을 씻어주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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