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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모임 문화(장명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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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모임 문화(장명수칼럼)

입력
1993.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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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많은 주부들은 자모모임,동창모임,종교모임,취미모임 등 보통 한달에 한번씩 모이는 모임을 한두개는 가지고 있다. 그 모임들은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 소액의 계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한세대전 여성들의 계가 집장만 등 저축을 위한 수단이었다면,요즘의 계는 만남 자체를 위한 것이 대부분이다. 이런 모임을 오래 해본 사람들은 소액이라도 계를 해야 회원들이 빠지지 않고 참석하게 된다고 말한다.모임장소는 돌아가며 집에서 만나기도 하지만,대개 식당이다. 『남자들은 밖에서 여기저기 많이 다니는데,여자들끼리도 한반에 한번쯤 좋은 식당에서 만나자』는 생각에서 고급식당을 택하는 경우도 많다. 주부들이 고급식당에 모여서 기분전환을 하는 것은 탓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주부모임들이 늘어나면서 웬만한 식당의 점심손님이 온통 여자들로만 꽉 차는 풍경은 좋게 보이지 않는다. 특히 심한 곳은 서울 강남지역인데 분위기 좋고 음식 맛있는 식당들은 으레 여자들이 점령하여 남자들이 무심코 들어서다가 놀라기도 한다. 『남편이 벌어다주는 돈으로 여자들끼리 비씬 식당으로 몰려 다닌다』고 혀를 차는 남자들도 있다. 흉허물없는 친구들끼리 모이다보니 여기저기서 너무 떠들어 다른 손님들이 눈살을 찌푸릴만큼 식당이 시끄러워지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이런식의 모임들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1인당 2만∼3만원이나 점심값을 쓸게 아니라 비빔밥,냉면 정도로 간단히 먹고 영화나 연극을 보는 모임도 있고,양로원이나 소년원을 방문하는 모임도 있다. 대학입시생의 어머니 모임에서는 자녀들 못지않은 어머니들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매주 간단한 등산을 가기도 한다. 『노래방이 뭐길래 남편과 아이들이 그렇게 좋아하는가』를 알기 위해서 노래방으로 몰려가 재미있게 놀았다는 동네주부들의 모임도 있다.

덕수궁 경복궁 창경궁 비원 등을 차례로 방문하기도 한다. 점심은 근처에서 간단히 먹거나 소풍을 가듯 김밥을 싸들고 간다. 『지난달에는 국립박물관에 갔고,이번달에는 비원에 갔는데,식당에 모여 수다나 떨다가 헤어질 때보다 훨씬 즐겁다』고 한 주부는 말한다.

『한달에 한번 모이는 동창모임에서 연극 「딸에게 보내는 편지」 「어느 아버지의 죽음」을 보았고,영화 「서편제」를 함께 보러 가자고 약속을 했다. 학생시절 연극을 보고나서 30년만에 처음 보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던 만큼 모두 즐거워했다』고 50대의 한 여성은 말한다.

여성들이 이미 갖고 있는 여러 모임을 좀더 생산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고급식당을 가득 메우고 시끄럽게 떠들다가 눈총을 받을게 아니라,좀더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성격을 갖는 것이 좋겠다. 가족들로부터 소외되었다는 느낌도 그런 노력을 통해 많이 사라질 것이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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