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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삼탁씨도 「돈세탁 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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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삼탁씨도 「돈세탁 명수」

입력
1993.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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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출금 반복→대출금 상환식 2∼3중 차단막/「헹구고 말리기」 거듭… 정씨 진술 역추적에 덜미엄삼탁 전 병무청장(53)은 검은 돈을 숨기는데 익숙한 「돈세탁 명수」였다. 검찰의 자금 역추적 결과는 검은 돈 세탁과정의 한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엄씨는 정덕진씨(53·구속)가 철저히 세탁해 건네준 1억5천만원을 다시 세탁한 뒤 90년 5월 서울 서초구 서초동 동경가든 건물을 매입하면서 빌린 돈을 갚는데 사용함으로써 자금추적을 피하기 위한 2중 3중의 차단막을 쳐둔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는 90년 4월 당시 안기부 기획조정실장이던 엄씨의 부름을 받고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안가를 방문,엄씨로부터 『곧 세무사찰을 받게 될 것』이라는 귀띔을 받았다.

눈치빠른 정씨는 『알아서 하라』는 말로 알아채고 『세무조사를 막아달라』는 청탁과 함께 응분의 금품을 추후에 전달할 뜻을 비쳤다. 이후 정씨는 3백여개에 이르는 자신의 가명계좌중 4개에서 1천만원권 수표 15장을 빼내 사전에 약속된 중소기업은행 삼전동지점의 가명계좌에 입금한 뒤 은행직원의 도움을 받아 현금으로 인출해간 것처럼 꾸몄다.

이 은행직원은 세탁과정과 동시에 엄씨 운전사 조모씨가 현금 1억5천만원을 입금한 뒤 다시 수표로 찾아간 것으로 조작했다.

정씨가 입금한 수표는 은행 내에서 세탁과정을 거친 뒤 다른 수표로 엄씨의 심복 조씨에게 건네진 셈이지만 은행 장부상으로는 중간 단계에서 수표가 현금으로 빠져나간 것처럼 돼있었다.

검찰도 실제로 자금을 역추적하다 이같은 속임수를 알아내지 못해 한동안 애를 태워야 했다.

어쨌든 엄씨는 『철저히 세탁해둔 만큼 별탈 없을 것』이라는 정씨의 말을 믿고 조씨명의로 입금해 두었다.

이무렵 엄씨는 동경가든 건물을 매입할 자금 13억5천만원이 필요했었다. 검은 돈을 만지는데 익숙한 엄씨는 매입자금을 조달해 상환하는 과정에서 탁월한 돈세탁 솜씨를 발휘한다.

즉 J상호신용금고로부터 조씨 등 2명의 명의로 동경가든 건물을 담보로해 5억원을 빌린뒤 정씨로부터 조씨계좌에 입금됐던 1억5천만원을 빼내 몇차례 입출금을 반복,대출금을 상환하는데 사용한 것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엄씨가 세탁된 뇌물을 바로 매입자금으로 지불하지 않고 대출금 상환에 사용함으로써 자금추적에 철저히 대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치밀한 정씨와 엄씨의 돈세탁 행각도 검찰이 정씨의 자백을 근거로 정씨 가명계좌 추적,동경가든 매입자금 역추적조사를 함으로써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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