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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과 함께 산 서민의 스타/고 김희갑씨의 삶과 무대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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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과 함께 산 서민의 스타/고 김희갑씨의 삶과 무대인생

입력
1993.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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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6백여편·TV 5천여회 출연/대표작 「팔도강산」… 코미디의 황제/정치깡패 임화수에 대항 한때 곤욕도18일 타계한 「합죽이」 김희갑씨는 연애생활 반세기를 서민과 함께 살다간 서민의 스타였다.

꾸부정한 모습과 주름진 얼굴에서 우러나는 그의 코믹연기는 50·60년대 전쟁의 상처와 가난으로 피폐해진 서민들에게 생활의 윤활유가 되어 주었다.

생김새 자체가 하나의 코미디작품이었던 그의 연기는 6백여편의 영화와 5천여외의 TV극 출연(코미디 포함)외에 가요무대에서도 서민의 벗이었다. 평소 남인수의 노래를 즐겨 불렀던 그는 특히 「불효자는 웁니다」를 눈물 글썽이며 열창,듣는 이의 가슴을 적시기도 했다. 1922년 함남 장진에서 출생한 김씨의 청년시절 꿈은 의사가 되는 것이었다. 42년 도일한 그는 그러나 의과대학에 들어가지 못하고 명치대 상과별과 2년을 마치고 44년말 귀국했다.

사상운동에 연루돼 6개월간의 옥고를 치르기도한 김씨는 46년초 월남,친구의 권유로 반도가극단에 입단,연예활동을 시작했다.

그의 무대인생은 연예계의 여느 스타들이 그러했듯 막뒤에서 배우에게 대사를 불러주는 프롬프터겸 막간 가수로 시작됐다. 같은해 9월 「장화홍련전」 공연중 「대구폭동」이 일어나 이에 놀란 주연배우가 달아나는 바람에 사또역을 대신 맡는 행운을 잡은 그는 이후 연극무대를 뛰어넘어 영화와 TV에서 코믹연기로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의 대표작은 속편이 5편까지 제작된 「팔도강산」시리즈와 TV드라마 「팔도강산」. 정부 홍보물이라는 비난도 없지않았으나 급격한 경제성장가도에 그의 연기는 한몫을 했다. 또 이종철을 중심으로 뚱뚱이 양훈,홀쭉이 양석천,막둥이 구봉서와 함께 엮어낸 「오부자」역시 그의 생애를 기억케하는 영화다.

59년 당시 영화계를 장악하고 있던 정치깡패 임화수에 대항,배우의 지조를 지켰던 김씨는 구두쇠로 불릴 정도로 근검절약,연예계에서는 알부자로 소문나 있다.

지난해 회고록 「어느 광대의 사랑」을 통해 연기반세기를 정리했던 김씨는 배 감독의 영화 「천국의 계단」(92년) 우정출연을 끝으로 배우생활을 마감했다.<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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