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일 생기면 “훌쩍”/“본분 망각한 행동” 비판높아/국회차원 징계 지적도이원조의원(민자)의 출국을 계기로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도피성 외유가 집중적인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국정을 심의하고 입법활동을 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의원직을 유지한채 장기간 해외에서 떠도는 현상에 대해 『본분을 망각한 행동』이라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
이에 따라 국회의원들의 정당한 이유없는 도피성,또는 장기외유에 대해서는 국회차원의 징계 등 강력한 제재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 지도층인사 사이에선 도피성 외유가 자연스런 일로 인식되고 있다.
「바람좀 쐬기 위해서」 「신병치료차」 「외국초청으로」. 이유도 여러가지이다. 신변에 복잡한 일만 생기면 외국으로 훌쩍 떠난다.
해외여행이 자유화되면서 일반국민에게조차 이런 풍조가 번지고 있다. 슬롯머신사건의 주먹세계 관계자들이 일찌감치 짐을 꾸려 해외로 달아난 사실도 단적인 사례이다.
현재 국회의원중 도피성 출국을 하거나 장기 해외체류중인 인사는 모두 3명. 이원조의원과 무소속의 정동호의원,그리고 역시 무소속인 박준규 전 국회의장이다.
이들 3명은 모두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고 있던 가운데 갑자기 출국했다. 박 전 의장은 지난달 27일 자신의 의장직 사퇴가 국회에서 처리되던 날 떠났다. 그는 재산공개 파문으로 의원직 사퇴의 압력을 받고 있던 터였다. 박 전 의장은 국회에 해외여행 신고를 하고 떠났지만 다분히 도피성 냄새를 풍기고 있다. 국회에 신고한 여행기간은 7월25일까지로 무려 3개월간이다.
출국당시 박 전 의장측은 이미 오래전에 외국대학들로부터 강연초청을 받아놓았기 때문에 떠난다고 밝혔다. 김 전 의장은 일본에서 20일 가량 기차여행을 한뒤 지금은 미국에 체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과 정 의원은 국회에 해외여행 신고조차 않고 몰래 빠져 나갔다. 의원은 출국시 국회에 신고해야 한다. 특히 이 의원은 회기중에 무단 출국했다.
박 전 의장과 마찬가지로 재산공개 파문과 관련해 의원직 사퇴의 압력을 받았던 정 의원은 지난달 19일 사법처리의 소문이 도는 가운데 돌연 출국했다. 보름정도 홍콩에 머물렀던 정 의원은 현재 대만에 체류중이라고 비서들이 전했다. 정 의원은 대만의 육군 참모총장으로 내정된 왕문섭장군의 배려로 「편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왕 장군과는 의형제를 맺은 사이라고 한다. 정 의원은 보름가량 더 대만에 머물다가 태국 또는 외국으로 건너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귀국일자는 비서들도 모른다.
동화은행사건과 관련해 뇌물수수혐의로 검찰에 소환될 것으로 알려졌던 이 의원은 회기중임에도 불구하고 민자당에 일체의 공식 통보없이 출국했다.
이 의원이 회기중 무단출국에 대해서는 민자당내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황명수 사무총장은 「해당행위」라고까지 말했다. 당차원의 징계까지 논의될 분위기이다.
그러나 문제는 보다 근본적인데 있다는게 국회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개인적인 일로 장기간 해외에 체류하는 것이 과연 납득될 수 있는 일인가 하는 문제이다.
현재 국회법상에는 의원들의 도피성 출국을 직접 제재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
「국회의원의 국외활동 신고에 관한 지침」에 신고서를 출국 3일전까지 국회의장에게 제출토록 되어 있고 「국회의원 윤리실천 규범」에는 직무상 국외활동을 할 경우 성실히 보고·신고해야 한다고만 규정돼 있을 뿐이다. 정당한 이유없는 장기해외체류를 막는 제도적 장치는 없다.
다만 국회법 제1백55조는 「정당한 이유없는 국회집회일로부터 7일이내에 본회의 또는 위원회에 출석하지 아니하거나 의장 또는 위원장의 출석요구서를 받은후 5일이내에 출석하지 않을 때」 국회의원을 징계토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때문에 징계당한 의원은 아직 없다.
이와 관련,국회 사무처의 한 관계자는 『국회의원이 수사를 피하기 위해서라든가 개인적 사유 때문에 해외에 장기체류하는 것은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며 『최소한 회기중에는 정당한 이유없이 장기 출국할 수 없도록 하는 강력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정광철기자>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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