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은 살아남으려면 환경에 적응할줄 알아야 한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과 그 인간이 만들어 놓은 영리적 유기체인 기업도 마찬가지다. 특히 오늘날의 기업환경이 무국경화,하이테크화,정보화를 지향하고 있어 변화 그 자체가 다양하고 신속하기 때문에 기민하고 현명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국제경쟁에서 낙오하게 돼있다. 슘페터가 자본주의의 본질이라고 말한 「창조적 파괴」가 과거 어느 때보다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는 우리의 재벌그룹들이 이같이 급변하는 안팎의 기업환경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인가. 한국의 재벌그룹들은 세계의 어느나라 재벌그룹보다 천민자본주의 의식이 강하다.
자신들은 조금도 손해를 보지 않으려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금방이라고 말을 뒤집는다. 이들에게는 자기 자신과 자기 집단의 이익만이 진리다. 재벌그룹들은 개별그룹으로든 집단으로든 이기적인 이익추구를 체질화하고 있다.
그들은 정부가 강력히 종용해온 문어발식 경영억제와 업종전문화 등의 경제력 집중완화와 소유분산의 확대 등에 계속 반대의 입장을 취해왔다. 심지어 계열기업간의 상호출자 제한과 상호지급보증 한도제한이 법제화됐는데도 저항을 멈추지 않는다. 또한 은행의 자율화와 관련하여 재벌그룹들을 은행경영 참여에서 배제키로 한데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갖고 있다.
재계를 대표하는 전경련을 비롯하여 상의,무역협회,경총,기협 등 5개 민간경제단체들은 정부의 「신경제정책」 가운데 경제력 집중완화 등 반재벌그룹적 정책이 상당히 있다고 하여 정부에 대해 집단적으로 이에 대한 시정책을 요구하는 건의안을 제출키로 계획까지 했었다. 재벌그룹들의 생각은 정부가 요구하고 국민이 지지하는 재벌그룹 개선책들을 자율적으로 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말이 자율적이지 사실은 하지 않겠다는 거나 마찬가지다.
문어발식 경영만해도 재벌그룹들은 위험에 대처하기가 용이한 안전보장의 경영방법이라고 한다. 이들의 주식점유율은 또한 어떤가. 작년말 현재 30대 그룹의 오너 및 그 직계가족 지분율은 13.9%,여기에 계열사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까지 합치면 평균 46.9%가 된다. 절대적인 지배권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재벌그룹들은 새정부의 개혁과 혁신정책에 대해서도 집단이기주의를 서슴없이 드러내고 있다. 심지어 도전적이기까지 했다. 이들은 최근까지만해도 정부의 개혁의지의 강도를 오판한 것 같다. 김영삼대통령은 『여러집단이 연대해서 행동으로 의사표시를 하는 것은 막아야 하며 공적경로를 통해 각자의 의견을 제시하라』고 경제 5단체의 집단정책 건의 움직임에 불쾌감을 나타냈다. 김 대통령은 재계에 대해서도 「내몫 찾기」에 앞서 「내몫 다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재벌그룹 자신도 이제는 자기개혁을 진지하게 생각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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