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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시장 “안전지대”(검은돈의 비밀통로/가명계좌: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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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시장 “안전지대”(검은돈의 비밀통로/가명계좌:3)

입력
1993.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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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포탈/비자금 조성/사원명의 도용 「위장분산」/주가고려 계좌추적 소극/「가·차명」,주식총액의 30%… “속수무책”증권시장은 가명계좌의 천국이다. 많은 실익을 보장 받으면서도 제약은 가장 적은게 주식 가명계좌다. 주가에 대한 악영향을 고려,수사 또는 조사기관도 확증이 없는한 좀체로 증권계좌를 추적하지 않는다.

그래서 증권 가명계좌는 도깨비 방망이처럼 온갖 「조화」를 부릴 수 있다. 82년과 89년,또 지난 2월 새 정부 출범을 전후한 시기와 최근 등 실명제가 논란을 빚을 때마다 증권시장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들 가명계좌때문이다. 증권 가명계좌는 검은돈의 비밀통로로 활용됨은 물론 「얼굴없는 주인」을 위해 비자금 조성수단으로까지 사용된다. 또 주식이 회사경영권과 직결되는 고유특성 때문인지 증권가명계좌는 경영권확보와 경영권을 다음세대로 넘기는 탈법적인 부 세습의 수단으로도 애용되고 있다. 이 바람에 「개미군단」 「넥타이부대」같은 일반투자자들이 손해를 보기 일쑤다.

정확한 증권가명계좌의 규모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추정만이 가능하다. 사실상 가명계좌이면서도 실명계좌로 「위장」하고 있는 차명계좌가 「진짜」가명계좌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증권관계들은 가·차명계좌의 비중을 적게는 전체 활동계좌 2백36만7천여개(4월말 기준)의 10%,많게는 30%까지 잡는다. 최소한 23만개는 넘는다는 계산이다. 액수로는 적어도 27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가명계좌의 평균잔고는 3천5백여만원으로 실명계좌의 3배정도이며 차명계좌 잔고는 가명계좌와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 4월말 현재 주식시장에 상장된 약 9백개 종목의 주식 총가격은 91조3천여억원. 따라서 가명계좌의 비중을 10%,개별 가명계좌의 잔고를 실명계좌의 3배로 가정하면 가·차명계좌는 27조3천90여억원에 이른다.

증권가명계좌의 주인은 크게 4종류로 나누어진다. 재벌총수와 중소기업 오너 등 상장회사 대주주,거금을 주식에 투자해 「재테크」를 전문으로 하는 「큰손」,정치인이나 정부관리 등 정책입안에 관여하는 유력인사 또는 부인 등 유력인사의 특수관계인,특별한 예외를 제외하고 주식투자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증권회사와 증권유관기관 임직원 등이다.

이중 가장 큰 그룹으로는 상장회사 대주주가 꼽힌다. 특히 자사주식을 가·차명계좌를 이용해 「위장분산」해 놓는 경우가 많다. 실명계좌보다 이점이 많아서다. 먼저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놓을 수 있는데다 자녀들에게 가·차명계좌를 상속 또는 증여하면서 「탈세」를 할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주식변칙이동을 하다 국세청에 적발돼 세금을 추징당한 액수는 88년 1백17억원,89년 4백90억원,90년 5백4억원,91년 2천8백46억원에 이른다.

이들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91년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 일가가 주식이동을 하다 1천3백9억원,대림산업 이재준회장 일가가 1백여억원의 세금을 추징당한 것. 모두 「위장분산」과 관계가 깊다. 정 명예회장은 그룹임직원 명의로 위장분산된 78억원 어치의 주식을 2세들에게 증여하다가 적발됐다. 이 회장은 추징결정 이후,차명계좌주인 회사직원들이 『본인도 모르게 이름이 도용됐다. 우리 명의로 나온 세금을 이 회장측이 물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해 또 한번의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또 마음만 먹으면 자본 증자나 영업실적 호조 등 각종 호재성 내부정보를 이용해 「비자금」을 손쉽게 조성할 수도 있다. 모재벌의 비자금관리를 담당했던 최모씨는 『가·차명계좌로 회사주식을 매입한 뒤 증자설을 퍼뜨려 주가가 오를 때 팔면 몇억,몇십억원을 남기는 것은 간단하다』고 말했다. 증자정보를 이용하다가 증권감독원에 적발돼 검찰에 고발된 회사는 대부분 중소기업들이다. 증권관계자들은 『대기업의 경우 거래물량이 많아 노골적으로 내부정보를 이용하지 않는한 포착도되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큰손은 대주주와 달리 지분보다는 시세차익에 관심이 많아 활발한 거래를 벌인다.

몇년전부터 큰손들의 세대교체가 활발해져 「광화문 곰」 「백 할머니」같은 전설적인 큰손들이 퇴조했다. 대신 고학력에 사회지도급 전문직을 가진 큰손이 부상했다. 이들 「신흥 큰손」은 수백억원대를 동원,장세를 휘어잡던 사채업자 출신의 구 큰손과는 달리 대형 우량주를 장기투자해 눈에 덜 띈다.

증권감독원의 베테랑 증권검사업무 담당자는 『계좌가 너무 많고(액수로 30%추산)조사 자체가 주사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조사에 제약이 많다. 또 계좌관리 수법이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다』며 『가·차명계좌가 있는한 검은돈을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김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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